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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대박'을 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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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대박'을 보는 법

입력
1999.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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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중에서 「대박」에 관한 화제가 많아 사전을 들춰 보았더니, 바다의 큰배 또는 덩치가 큰 물건을 일컫는 말이었다. 이번엔 「박」을 찾아보았는데 항목이 10여개에 달했다. 담장덩굴에 열린 박, 노름판의 물주를 뜻하는 박, 내기노름을 통틀어 이르는 박…. 어쨌거나 갑자기 돈벼락을 맞게 됐을 때 우리는 대박이란 말을 쓴다.■최근 방한해 이상열기를 일으킨 인터넷재벌 손정의씨도 따지고 보면 대박이 터진 사람이다. 그는 하루아침에 세계 최고의 갑부대열에 올랐다. 96년, 당시로는 빛을 보지 못하고 있던 미국의 인터넷기업에 1억달러를 투자했던 것이 정통으로 맞아떨어졌다. 자고 일어나면 주가가 몇배씩 뛰어 올랐고 이를 재투자하는 방법으로 세계 인터넷업계의 최대 전주가 됐다. 투자안목도 대단했지만 시운이 도와 호박이 덩굴째로 굴러들어온 것이다.

■어느 시대에나 대박이 있다. 미국 개척시대에는 골드러시를 타고 일확천금하는 금맥 대박이 있었고 근세 네덜란드에서는 외래 신종꽃인 튤립종자를 사재기해서 횡재하는 꽃 대박까지 있었다고 한다. 흥부전에서, 놀부의 눈이 뒤집혀진 것도 흥부가 큰 박을 열어 일거에 재력을 뒤집어 놓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사회에도 신종 대박으로 돈이 쏟아지는 『억! 억!』소리가 매스컴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대부분이 첨단 정보통신 분야에서다.

■이에 자괴하고 더러 열등감에 젖는다는 직장인들이 있다.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다는데, 자연스런 감정일 것이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리 속 쓰릴 일도 아니다. 팔자를 고칠 만큼 큰 대박의 행운아들은 사실 특정분야의 소수이며 대박을 좇다가 거덜나는 이들이 대다수다. 그래도 배가 아프면, 이런 신종대박들은 한국에 「세계적 대박」을 낳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이해해주면 된다. 영 못참겠으면, 그동안 지켜온 소박한 삶을 버리고 위험천만한 대박 인생의 전선에 뛰어들면 된다.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

/송태권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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