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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화 "떠날때는 말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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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화 "떠날때는 말없이"

입력
1999.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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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이맘 때만해도 「하종화」라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국내 최고의 스포츠 스타였다. 코트에서 야생마처럼 펄펄날며 엄청난 힘을 백구에 실어 스파이크를 때려내던 당대 최고의 거포 하종화(31·195㎝)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쓸쓸히 퇴장을 준비하고 있다.지난 3월 끝난 99슈퍼리그를 끝으로 사실상 선수생활을 접고 올 겨울부터 소속팀 현대자동차의 트레이너로 지도자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진주 봉원초등학교 4년때 배구공을 만지기 시작해 올해까지 20년. 오랜 세월이었지만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너무나 화려했던 경력 때문이다.

진주 동명중고를 거쳐 한양대에 입학, 87년 성인배구 무대에 첫 선을 보인 하종화는 배구판에 태풍을 몰고왔다. 대통령배로 불린 당시 대회서 신인상을 거머쥔뒤 91년 한양대를 정상에 올려놨다.

대학팀들은 물론이고 내로라하는 실업의 강호들이 하종화의 강타에 모두 눌려 사상 처음이자 앞으로도 불가능할 대학팀 정상등극을 이뤄냈다.

당연히 최우수선수(MVP)는 그에게 돌아갔고 주위에서는 한국남자배구 최고의 거포인 강만수(현대자동차 감독)의 후계자가 등장했다고 야단이었다. 내년 1월로 17번째 대회를 맞는 슈퍼리그서 대학선수가 MVP를 차지한 것도 이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당연히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듯해 당시 팬레터가 하루에 100통이 넘었으며 경기마다 「하종화!」를 외쳐대는 여학생들의 함성에 경기진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한마디로 「오빠부대」의 원조였다.

92년 실업팀 현대자동차에 입단할 때도 당시 국내 스포츠 사상 최고액을 받았으며 대통령배서는 팀이 결승에 오르지도 못했지만 인기상을 받는 등 하종화열풍을 타고 배구는 최고 겨울스포츠로 인기를 누렸다.

서글한 눈매에 소박한 웃음을 지으며 20년간 성실한 선수생활을 해온 하종화는 『최근 남자배구가 스카우트 파문으로 크게 인기가 위축돼 아쉽다』며 『비록 선수생활을 그만두지만 하루 빨리 갈등을 해결하고 예전의 인기를 회복하기 위해 모두가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장래준기자

ra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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