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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려가는 '보고서유출'

입력
1999.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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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중수부의 대통령보고서 유출사건 수사가 사실상 일단락되면서 풀리지 않은 의문에 대한 해답이 나오기도 했지만 몇가지 의문점은 여전하다.◆풀린 의문

검찰수사결과 사직동팀 작성 최초보고서는 4종류로 밝혀졌으나 연정희씨로부터 이 문건을 받은 배정숙씨는 3종류만 공개했다. 이에따라 『박주선 전비서관이 김태정 전법무장관에게 보고서를 전달했다면 굳이 보고서 하나를 뺄 이유가 없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검찰은 박전비서관이 4종류의 보고서를 김전장관에게 전달했으며, 배씨 남편 강인덕 전통일부 장관이 공개 전 보고서 하나를 제외시킨 것으로 추정했다. 제외된 보고서는 배씨가 연씨에게 옷을 선물하며 이형자씨측을 변호한 내용 등 배씨에게 불리한 내용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강전장관이 조사에 불응, 확인되진 않았다. 또 배씨가 공개한 일부 보고서에는 한글로 「김총장」, 사직동팀 컴퓨터디스켓에서 나온 원본에는 「金총장」이라고 표기돼 있다. 검찰은 『내용은 동일하나 작성시간은 다른, 즉 다른 파일에 저장된 보고서』라고 밝혔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사직동팀이 「金총장」으로 적힌 보고서를 「김총장」으로 고치고 글자크기 등 포맷을 달리한 또 한부를 만들어 박전비서관에게 주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사직동팀이 5일간 출석을 미룬 것도 석연치 않지만 검찰은 박전비서관이 사직동팀에 책임을 돌리자 요원들이 『주군이 버리는데 우리가 잘못을 뒤집어 쓸 순 없다』며 갈등하느라 출석이 늦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남는 의문

검찰은 연씨가 사직동팀 정식 내사 착수(1월15일)전인 1월8,9일께 「내사가 있을 것」을 미리 알았던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김전장관이 「내사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어떤 경로로 알게 됐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검찰은 정황상 박전비서관이 김전장관에게 정보를 흘려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명백히 밝히지는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심증은 있지만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또 김전장관이 배씨가 공개한 최초보고서에 왜 제목과 날짜를 잘못 적었는지도 의문이다. 검찰은 보고서를 전달받은 김전장관이 다시 훑어보거나 전화로 내용설명을 듣는 과정에서 잘못 적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지만 명쾌하지 않다. 박전비서관이 혐의를 부인하는 것도 궁금한 대목. 배씨가 최초보고서를 공개했을 때 박전비서관이 『본 일도 없다』고 부인한 것이 「족쇄」로 작용, 보고서 작성사실을 인정할 수 없는 단계까지 와버렸다는 게 검찰의 해석이다. 물론 박전비서관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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