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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날씨보다 인심이 더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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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날씨보다 인심이 더 춥다

입력
1999.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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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천년을 앞둔 거리에는 송년회 인파가 넘치고 있으나, 보육원·양로원 등 복지시설을 찾는 온정의 발길은 끊겨 가고 있다고 한다. IMF 경제난을 겪는 동안 인심이 말라 버리고 새 천년의 분위기에 취해 나눔의 미덕마저 잊은 것인지, 꺼져가는 인정의 불씨가 연말을 더 춥게 만들고 있다. 경제난 속의 지난 2년 보다 온정의 손길은 줄어든 반면 거리의 노숙자는 오히려 지난해 보다 두 배나 늘었다는 사실은, 사회윤리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경고음이다.서울의 한 보육원은 예년 연말 하루 평균 2차례 정도 방문객이 찾아왔으나, 올해는 4-5일에 한 번씩 찾아오고 단체후원은 아예 끊겼다고 한다. 지방 복지시설은 이 보다 사정이 더 나쁘고, 요양원이나 양로원도 비슷한 실정이다.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서 모금한 금액도 지난 연말의 20% 수준이다. 관계자의 분석에 따르면 성금액수에 관계없이 신문에 기탁자의 사진도 안 실리고 명단도 같은 크기로 실리기 때문이라고 하니, 우리는 지금까지 철저한 위선자들의 사회에서 살아온 셈이다.

이번 연말은 경기회복의 기운을 타고 그 동안 못해왔던 송년회를 한꺼번에 하느라 흥청대고 있고, 천년이 바뀌는 들뜬 분위기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Y2K의 위험예고에도 불구하고 「새 천년을 이곳에서」라는 여행사의 유혹에 끌려 해외로 가는 비행기표를 구하기가 어렵고, 밀레니엄 복권과 증권투자 등으로 「대박」을 노리는 한탕주의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다. 반면 겨울 추위가 닥치면서 보육원에는 자녀를 맡기고 싶다는 문의전화가 계속 늘고 있다. 또한 지하철 서울역 등에는 추위를 피해 모여든 노숙자 대열이 점점 길어지고 있어, 경제가 많이 회복됐다 해도 IMF 체제에서 심화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우리 사회에 남기고 있는 깊은 상흔을 보여 준다.

IMF 경제난의 체험은 처절했지만, 그 첫해였던 97년말 우리가 모았던 이웃돕기 성금은 오히려 예년 보다 많았던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악몽 2년을 헤쳐오는 동안 본디 지니고 있던 개인이나 기업, 단체 등 모든 이들의 마음이 좁게 닫혀버린 것이 아닌가 반성하자. 세밑의 미국 신문에는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잊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실리면서 성금의 계절이 왔음을 알리고, 많은 시민이 동참함으로써 공동체 사회가 유지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회안전망 구축도 중요하지만, 제도에 앞서 인간의 정이 넉넉한 사회가 진정 살맛 나는 사회일 것이다. 새 천년을 향한 「미래준비」는 인정과 휴머니즘의 회복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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