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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위한 틈새직종 발굴

입력
1999.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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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부가가치를 높여주는 직업전도사」사단법인 여성자원금고 김근화(53)이사장에겐 늘 이런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여성들이 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감을 개발하고, 시대를 앞서갈만한 새직업을 만들어내는 것』이 「직업 코디네이터」로서의 김씨의 일이자, 사명이다.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을 교육시켜 적합한 일터에 연결시켜주는 것 뿐 아니라 사람들이 미처 생각해내지 못했던 전문직종을 끊임없이 창출하는 일을 한다.

여성을 위한 교육이래야 제도권 밖에서는 취미·교양교실이 고작이었던 90년초 김씨가 여성 전문직업인 양성기관 「여성자원금고」를 설립한 것도 같은 목적에서다.

김씨는 이 기관을 통해 91년 국내 처음으로 「텔레마케팅(Tele-Marketing)」개념을 도입, 전문교육과정을 개설해 수많은 텔레마케팅 전문가들을 사회로 배출시켰다. 텔레마케팅은 시장조사부터 상품개발, 기업홍보, 고객관리나 애프터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제반활동을 전화로 수행하는 첨단 마케팅기법.

「마케팅의 르네상스」로 불릴만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활용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여성자원금고의 전문과정을 이수한 뒤 사회 각 부문에서 활동 중인 텔레마케터들은 6,000여명선. 정보통신부 집계에 따르면 IMF이후 단일업종으로는 최고의 취업률을 기록한 직종이기도 하다.

기업체나 학교 도서관에 가서 컴퓨터를 이용해 자료정리를 해주는 출장사서나 세무사의 전문업무를 지원해주는 세무사무원, 양재사와는 달리 중고의류만을 전문수선해주는 의류리폼사, 취업 예비생을 위해 직업정보 제공이나 진로상담을 해주는 직업상담전문가 등도 모두 김씨가 새롭게 발굴해낸 「틈새 직종」이다.

김씨가 직업, 특히 여성을 위한 직종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75년 한국노총에 입사하면서부터. 근 10년간 한국노총 여성부장으로 일하면서 김씨는 단순 노무직에만 집중돼 있는 우리나라 근로여성의 열악한 실태를 피부로 실감했다.

무한한 잠재능력이 있음에도 뜻 한번 펴보지 못한채 사장돼버리고 마는 현실. 어쩌다 선진국의 직업교육 현장을 견학하고나면 우리 현실에 대한 불만과 안타까움은 더해갔다.

김씨는 여성 전화교환원들의 정년연장 투쟁을 지원하고, 제1회 전국여성노동자대회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노동계의 「불순세력」으로 지목돼 85년 강제해고의 시련을 맛봐야했다. 대법원으로부터 「해고무효」확정판결을 받아내기까지 3년. 88년말 복직이 결정됐으나 그는 「진로」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동안은 노동조합을 통한 근로여성의 지위향상에 힘을 쏟았다면 앞으론 비정규 노동자나 취업예비생, 주부, 장애인 등 소외계층 여성을 위해 일을 해보자.』 대안은 이들 여성이 마음껏 능력 발휘를 할 수 있는 전문직업을 창출해내는 것. 여성자원금고는 그렇게 탄생했다.

할 일을 찾았다 싶으면 신들린 것처럼 몰두한다고 해서 「무당」이라는 별명을 얻은 김씨는 신문이나 잡지, 책 등 어떤 자료를 접할 때마다 그 안에서 「직업」에 대한 영감을 터득한다고 한다. 『여성자원금고 설립 10주년인 내년엔 일본 도쿄(東京)와 미국 뉴욕에 지부를 설치해 국내 여성 전문인력의 해외취업에도 힘쓸 계획』이라는 그는 교육생들에게 틈만나면 『결혼은 선택, 직업은 필수』라고 강조한다. 『결혼은 인생의 한 과정일뿐이지만 직업은 필생동안 자신의 삶의 가치와 보람을 찾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여성은 꽃이 아니라 뿌리다. 꽃의 화려함도 자양분을 공급하는 뿌리에서 나온다. 뿌리가 없는 꽃은 생명력이 없는 한낱 껍데기일 뿐이다. 자신만의 능력과 잠재력을 진정으로 발휘할 수 있을 때만이 비로소 여성은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다. 직업도 마찬가지다. 젊은 시절 한 때의 오피스 걸(Girl)이나 오피스레이디(Lady)에만 안주하지 말고 오피스 마더(Mother)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직업정신에 보다 투철해지자.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직업가이드] 직업상담전문가

직업상담은 개인 또는 단체(학교·직업교육기관 등)를 대상으로 개인의 능력과 적성에 적합한 직업을 추천해주거나 진로 선택에 대한 전문적 조언을 해주고, 폭넓은 자료수집 및 분석을 통해 각종 취업정보를 제공하는 업무. 관련 전문가들을 흔히 「직업 코디네이터」나 「직업 카운셀러」, 「직업상담사」등으로 부른다.

직업의 종류가 갈수록 다양하고 세분화함에 따라 신규 취업예비생들은 노동시장의 형태나 기업체의 성격, 직업내용 등에 대해 전문적 지식을 얻기를 희망한다.

여기에 IMF이후 취업난(難) 사태까지 겹치면서 직업상담 전문가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늘고 있다. 정부는 직업상담 분야를 「21세기 유망직종」으로 선정, 내년 3월부터 국가공인 자격시험을 통해 「직업상담사」를 배출할 예정이다.

시험과목은 직업상담학·직업심리학·직업정보론·노동관계법·직업상담실무·직업정보전산능력 등. 대학에서 심리학이나 교육학, 사회복지학, 사회학 분야를 전공했거나 전문단체에서 실시하는 카운셀러 과정을 이수한 사람이라면 유리한 조건에서 응시할 수 있다.

김근화씨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는 기질과 사람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을 갖춘 사람이 직업상담에 어울린다』고 말한다. 언어구사력이 있고 감수성이 뛰어난 여성에게 적합한 직종이기도 하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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