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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는 노숙자, 기는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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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는 노숙자, 기는 대책'

입력
1999.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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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새벽1시.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지하도 명동 방향 통로는 종이박스와 신문지 등을 깔고 덮은 채 양쪽으로 길게 드러누워 잠을 청하는 60여명의 노숙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비슷한 시간, 지하철 2호선 을지로 입구역내 8각형 벤치 등도 핏기없고 지친 노숙자들로 가득찼다.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어두운 측면을 대표하는 「노숙자」들이 최근 크게 늘고있다. 여기저기서 IMF 터널을 빠져나왔다고 떠들고 음식점 백화점 유흥가는 인파로 넘쳐나지만 이에 비례해 길거리로 내쫓기는 「주변인」들이 양산되는 아이러니가 벌어진다.

정부는 지난해말 2,500명 안팎이었던 전국의 노숙자가 지금은 3,000명 수준으로 늘어났다고 추정한다. 하지만 노숙자시설 관계자들은 『그같은 수치는 정부의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노숙자 수가 벌써 6,000명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성공회가 운영하는 「노숙자 다시서기 지원센터」 관계자는 『12월 현재 자체 파악한 노숙자수만 6,000여명』이라고 말했다. 실제 노숙자수용시설인 「서울 자유의 집」을 찾는 노숙자가 10월 이후 급격히 늘어나 현재는 1,000명 이상이 생활하고있다.

서울역에서 만난 이모(43)씨. 중소 가방제조업체에 근무하다 8월초 명예퇴직한 그는 『사업밑천을 마련하기위해 퇴직금 2,000여만원과 전세금 3,000만원 등 5,000만원으로 주식에 투자했으나 3개월만에 몽땅 날렸다』며 『집에 들어갈 수 없어 노숙자 생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퇴직금 이자만으로 살 수 없어 이것 저것 손대다가 모두 실패해 결국 서울역으로 내몰렸다는 박모(48)씨는 『IMF를 극복했다느니, 주식시장에서 억대를 벌었다느니 하는데 말 그대로 딴 세상 얘기』라며 『관리들이 서울역 등 주요 역 주변과 노숙자 보호시설을 한번이라도 둘러본다면 무책임한 얘기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개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근시안적이고 소극적인 행정으로 일관하고있다. 내년도 정부의 노숙자 보호 예산은 고작 105억원. 5,000명 몫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당초 책정한 112억원 보다도 6.3%나 감소했다. 노숙자 보호사업도 자립·자활 프로그램 강화 등 예방보다는 「땜질」에 치중하고 있다.

서강대 김균(金均·신문방송학)교수는 『노숙자 증가는 IMF후 사회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한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며 『가진 것을 다 잃기전에 뭔가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휩싸인 퇴직자들이 늘수록 노숙자가 급증할 가능성은 더욱 크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직장에서 떨려나온 평균적 퇴직자들이 자리를 잡지못한채 견딜수 있는 기간은 통상 1년6개월-2년』이라며 『이들의 좌절감이 커지면 체제자체에 대한 분노로 번질 가능성이 크므로 실업자나 빈곤층을 위한 인프라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청와대, 소외계층 실태파악 착수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21일부터 이달말까지 수도권의 노인·아동·장애인 복지시설 및 노숙자·실직자 관련시설 등을 임의 선정, 운영상황과 각종 기금·성금 전달과정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다고 밝혔다.

민정수석실은 결과를 연초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에 넘겨 사회복지 정책입안 등에 반영토록 할 방침이다.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이번 소외계층 실태파악은 복지전달 시스템 점검작업』이라며 『IMF위기가 극복되면서 오히려 더 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소외계층을 위해 연초에 특별한 밀레니엄행사를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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