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의 박주선 전청와대법무비서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는 대통령 보고서 유출 사건을 매듭짓기 위한 막바지 절차로 보인다. 검찰이 박전비서관의 완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박전비서관이 사직동팀에서 작성된 옷로비 사건 내사 최초보고서를 김태정 전법부장관에게 전달했다』는 최종 판단을 내렸음을 의미하는 것이다.검찰은 박전비서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청구를 결정하기 전 박순용검찰총장주재로 검사장회의를 여는 등 막판까지 고심했다. 박 전비서관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검찰 내부의 갈등까지 초래한 이번 사건을 어떻게 「탈」없이 마무리 하는가 때문이었다.
박전비서관의 행위가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된다는 것이 검찰의 결론이다. 검찰은 또 박전비서관이 대통령에게 보고된 내사 최종보고서를 김전장관에게 건넨 부분도 김전장관이 사적(私的)용도로 이용할 것을 알았기 때문에 「공무상 비밀누설」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이미 그동안 확보된 물증을 토대로 박전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검찰 고위관계자는 20일 박전비서관 귀가조치 직전에 기자들에게 『수사팀의 소신은 정해져 있으며 결론이 내려졌다고 봐도 된다』고 말해 박전비서관 사법처리는 큰 문제가 아님을 내비쳤다. 김전장관과의 형평성을 감안하더라도 박전비서관의 구속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검찰은 또 『박전비서관 귀가에 큰 의미를 두지 말라』고 강조했다. 예정돼 있던 사직동팀 관계자와 대질 신문을 하지 않았던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박전비서관에 대한 혐의가 굳어져 대질 신문 등 더 조사할 필요성이 없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검찰 수뇌부가 굳이 검사장회의를 열어 내부 의견을 조율하는 이유는 뭘까. 박전비서관 사법처리를 둘러싼 검찰 내부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사표를 낸 이종왕 대검수사기획관은 박전비서관이 옷로비 사건 내사 축소·은폐에 개입한 부분까지 칼을 들이대려고 했었던 반면 검찰은 박전비서관을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구속하는 선에서 이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기획관은 당시 『박전비서관의 혐의는 보고서 유출 부분에 국한하지 않고, 옷로비 사건과 관련된 일체의 행위도 포함된다』고 간접적으로 수사방향을 내비쳤다. 따라서 검사장 회의는 박전비서관 사법처리 이후 검찰 내에서 더 이상 「잡음」이나 「이견」이 나오지 않도록 「단도리」하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 또 검찰 수뇌부가 고심한 흔적을 보임으로써 내부의 동요를 진정시키는 효과도 노린 것이다.
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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