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모 특검팀은 옷로비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사직동팀과 검찰의 허술한 수사를 송곳같이 꼬집었다. 초기수사가 제대로 됐다면 『이형자씨의 포기한 옷로비』가 국민적 의혹으로 확대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특검제까지 도입되는 국력 소모는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특검팀은 먼저 사직동팀 내사결과에 대해 축소·은폐의혹이 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공식 내사착수 시기는 1월15일께지만 내사전에 연정희씨 등 핵심관련자들에게 내사첩보가 흘러들어갔다고 특검팀은 판단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연씨가 남편인 김태정 전장관의 언질을 받고 1월8일 서둘러 호피무늬 반코트를 반납한 점 1월18일 사직동팀 조사를 김 전장관도 모르게 받았다는 진술과 달리 연씨가 김 전장관의 출두권유에 따라 조사를 받은 점등을 들었다.
또 사직동팀은 라스포사에서 조사를 하기에 앞서 연씨를 통해 관련자들을 소환한 것으로 밝혀졌다. 핵심 당사자인 연씨가 정일순, 배정숙, 이은혜씨 등을 불러모아 조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충분히 말을 맞출 시간을 주고 여건을 조성해 준 셈이다. 특히 특검팀에 전달된 사직동 보고서에는 연씨의 옷구입 날짜와 물품 등에 대해 진술한 이은혜씨와 종업원 이혜음씨 등의 기록이 빠졌다.
이와관련, 특검팀은 『사직동팀이나 법무비서관실에서 연씨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는 방향으로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검찰수사 역시 수사의 기본조차 무시한 졸속수사』라고 혹평했다. 연씨 등 관련자들은 검찰에서 『옷이 배달된 날짜는 전 과기처장관 딸 결혼식 날』이라고 진술했다. 검찰이 결혼날짜만 확인했으면 배달일자를 12월19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도 연씨 진술에만 의존해 12월26일로 발표했다는 것이다. 또 객관적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인 압수수색, 계좌추적, 통화내역조회를 하지않아 관련자들의 「입」에만 의존하는 수사를 했다고 특검은 주장했다. 이와함께 최순영 사건수사 및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조모검사가 이형자씨 자매에 대한 조사를 담당, 애당초 공정성을 기하기 어려웠다고 꼬집었다. 특히 검찰이 조검사가 한 수사를 이모검사가 한 것처럼 수사기록을 꾸민데다 이를 장관에게 허위보고까지 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공개했다.
특검은 총평에서 『법무부장관 부인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어떤 검사가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느냐』며 『검찰이 정권과 장관에게 부담을 주는 비리의혹을 조기에 불식시키기 위해 수사기간을 짧게 한정한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밝혔다.
정덕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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