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이면 새 천년이다. 세계의 번듯한 나라치고 2000년을 코앞에 두고 정쟁으로 날을 지새는 나라는 없다. 우리 뿐이다. 따지고 보면 거대한 역사의 흐름속에 한 시대의 정쟁 이슈는 한낱 티끌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왜 근대사에서 뒤졌는가. 한 세기전의 우리를 보면 안다. 남들이 새로운 지평을 향해 온힘으로 내달릴 때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비과학적 비생산적 정쟁으로 날을 샜다.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는 그 전철을 밟으려 하고 있다. 오늘날 국가간 경쟁은 100년전의 그것보다 훨씬 치열하다.불미스러운 일들은 올해안에 털어 버리자는 김대중대통령의 말은 백번 옳은 말이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말이라서가 아니다. 우리가 언제까지 고구마 줄기 캐내듯이, 의혹을 제기하고 그 뿌리들을 파헤쳐 가야 할 것인가. 경제가 제아무리 잘 굴러간다고 해도 정치 사회가 뒤숭숭 하다면 나라의 경쟁력이 커질리 없다. 뒤숭숭한 집안이 잘 되지 못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우리는 「불미스러운 일」 털어내는 작업에 정치권이 먼저 수범을 보여 주기를 당부하고자 한다. 국민들로 하여금 희망의 새천년을 맞이하도록 한다는 것이 얼마나 보람된 일인가. 이 작업을 이뤄낸다면 정치권은 단번에 국민신뢰를 회복 할 것이다.
우리는 정치권이 불미스러운 일 말고도 「정쟁의 싹」을 연내에 잘라 버리기를 덧붙여 당부하고자 한다. 그 첫째가 선거법등 정치개혁 관련법의 연내매듭이다. 선거법은 여야의 밥그릇과 같은 것으로, 필연적으로 싸움박질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시간적 어려움이 있다면 큰 틀의 윤곽만이라도 먼저 정해놓는 것이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선거법 조율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고 본다. 여야가 소선거구제-정당명부제의 큰 틀에서 한발짝씩 양보하면 되는 것이다. 결국 1인 1·2 표제, 비례대표의 권역문제를 놓고 줄다리기 할 것으로 관측되는데, 어느 것을 택하든 여야간에 한자릿수의 의석차이가 고작일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여야가 연말 대타협을 이뤄내는 것이다. 대타협 직후 김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총재가 한자리에 앉아 「낡은 정쟁 청산」을 선언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두사람이 수사(修辭)로서가 아니라, 진정한 국정의 파트너라면 세기말 가장 중요한 시기에 안 만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나라가 돌아가는 꼴을 보면 대통령의 한탄이 나올만도 하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우리만 헛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같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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