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코미디언 열전] (6) 전유성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코미디언 열전] (6) 전유성

입력
1999.12.20 00:00
0 0

9권의 책을 낸 저자이면서 근사한 찻집의 주인. 연극연출을 전공하고 방송작가 생활도 했고, 충무로에서 영화 카피라이터로도 활동했으며 심야볼링장도 운영했다. 다방면의 문화활동을 기획하고 있고, CF모델로도 활약중이며, 인터넷 전문가가 됐고, 드디어는 대학의 학과장에까지 올랐다. 그 중에서 가장 소중한 직업은 개그맨.전유성(50)이다. 전방위 문화 기획자, 개그계의 아이디어 뱅크. 화면 귀퉁이에서 서성대는 어정쩡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왔지만 그는 아주 특이한 이력을 밟으며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개그맨이 됐다.

15일 그를 만나러 간 종로구 인사동의 「학교종이 땡땡땡」. 4년째 운영해온 찻집이다. 젊은 여성들로 자리는 만원이고, 끊임없이 그의 지인들이 찾아 온다. 『개그맨들이 모두 모이는 CF를 만들면…』 얼핏 들리는 얘기. 오늘은 또 무슨 음모를 꾸미는 걸까? 그의 주변은 무언가가 끊임없이 흘러들고 흘러나가는 저수지다.

그는 올초 개그콘서트 「게임」을 기획, 「앵콜개그」라는 새로움을 선보였다. 자신의 코미디를 다시 웃겨버리는 반복과 변주의 묘미. 방송으로 옮겨가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일본쪽에서까지 보고 놀라워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식 개그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들었다.

최근엔 가수인 부인 진미령씨와 문제의 소주 누드광고까지 찍었다.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구』 멋쩍게 웃는다. 이것저것 하는 일이 많다는 질문에 그는 대뜸 『결국은 즐겁게 살자는 거』라고 뚝 잘라 말한다. 이 점이 아마도 그가 보여준 자유로움과 엉뚱함의 원천일 것이다. 삶에 대한 소년 같은 소망. 그의 가슴 밑바닥에서 뛰노는 동심은 다음에 또 무슨 일을 낼까? 『다음엔 영화를 만들 계획인데…』

학과장(내년에 전북 임실에 개교하는 예원대 코미디연기학과) 얘기가 나왔다. 『학과장 됐다고 큰 일 한 것처럼 그러는데, 나는 코미디언이 더 높은 지위라고 생각해요』 코미디언에 대한 자부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서영춘 동상 건설도 추진중에 있다. 『코미디언들도 해낸 일 만큼 존경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우표에도 지폐에도 등장해야죠…』 남을 즐겁게 하는 일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받고자 노력하는 것도 그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는 개그맨의 원조다. 튀기 위해 만들었다지만 개그는 이전 세대의 코미디와 구별되는 「언어 비틀기의 즐거움」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개그가 곧바로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후배들을 통해서 개그의 의미를 전해주었다. 그가 발굴한 후배들은 이영자, 신동엽, 표인봉, 전창걸, 임하룡 등 부지기수다. 『내가 양성했다고 하는데 걔네들은 내가 없었어도 다들 성공했을겁니다. 난 단지 발견했을 뿐이죠』

무수히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했지만 사실 그는 대표 프로그램이 없다. 주연을 받쳐주는 배역이 단골이었다. 한 남자가 위기에 처해 거리를 달리다 갑자기 나타난 갓 쓴 노인과 부딪친다. 갓이 남자의 발에 밟혀 버리자 노인이 외친다 『오 마이 갓』 그리고 화면 밖으로 사라진다.

이런 식이다. 긴장된 상태의 뒤통수를 탁 치고 홀연히 사라지는 것. 이것이 그가 보여준 코미디 연기의 진수였다. 엉뚱한 반전을 통해 긴장이 해소된다. 구속에서 헤쳐나와 자유가 밀려드는 순간이다.

그의 삶도 역시 뒤통수를 치는 엉뚱한 반전의 삶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소년시절 소망했던 즐겁고 자유로운 인생의 한 단면을 얼핏 보여주고 있는 지 모른다.

약력 및 주요 출연 프로그램

49년 서울 출생

70년 서라벌예대 연극과 졸

87년 KBS 「쇼비디오자키」 「네로황제」

88년 KBS 「유머1번지」 「청춘을 돌려다오」

94년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

그외 숱한 프로그램의 조역

94년 SBS 「좋은친구들」(진행중)

99년 KBS 「개그콘서트「(진행중)

SBS 「진실게임」(진행중)

KBS라디오 「전유성의 책마을 산책」(진행중)

주요 저서

소를 잃은 자는 대문을 활짝 열고 볼 일이다(93)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95)

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95)

남의 문화유산 답사기(97)

하지말라는 것은 다 재미있다(99) 등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내가 본 전유성] 항상 새로움 추구... 연기력은 부족

전유성씨에 얽힌 일화는 많다. 그가 가게 이름도 많이 지어줬는데 한번은 그가 이름 지어준 카페가 불이 났다. 경찰이 와서 카페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카페라고 하기엔 좀 뭐하지만』 (주인) 『아니 카페 이름이 뭐냐고요』(경찰) 『그러니깐 「카페라고 하기엔 좀 뭐하지만」이라니깐요』 그 경찰 무척 짜증났다고 한다.

그는 개그계의 맏형이며 정신적 대부다. 하지만 자신도 알고 있듯이 연기력은 부족한 개그맨이다. 30년 가까운 세월을 오직 아이디어 하나로 버텨온 개그맨. 참 기인이다. 한동안 카메라 찍는다고 돌아다니더니 요즘도 또 무슨 일을 벌이는지 모르겠다. 취향이 수시로 변하는데 근래에는 너무 많은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어디 한 곳에 정착해야 할 것 같은데 그의 천성이 그렇다면 어쩔 수도 없을 것이다.

박중민 PD (KBS 「개그콘서트」연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