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환 장편 역사소설 '허균, 최후의 19일'인간은 왜 혁명을 꿈꾸는가. 나이 쉰 살이 된 허균(許筠·1569-1618)은 여기에 이렇게 대답한다. 『배고픔과도 같은 희망 때문일세. 젊었을 때는 세상에 반대하는 것으로 희망을 찾았지만, 이제는 누구를 반대하거나 도와주기 위해서 이런 짓을 하는게 아니라네… 단 한번만이라도 나의 이 지독한 배고픔이 모두 해결되는 순간을 보고 싶네』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의 저자로 시인, 문장가이자, 조선 팔도를 주름잡던 한량, 탁월한 외교관이자 정치가였던 풍운아 허균.
소설가 김탁환(31·건양대교수)씨의 장편역사소설 「허균, 최후의 19일」(푸른숲 발행)은 혁명을 꿈꾸던 허균이 허망하게 붙잡혀 능지처참당하기 전, 그의 이상사회를 향한 「배고픔」의 의식, 그 흐름을 통해 「이상」과 「혁명」 그리고 지식인의 삶이란 어떤 것인가를 질문한 작품이다.
김씨가 소설에서 그린 허균은 한마디로 실패한 혁명가이다. 1613년 그와 친하게 지내던 조정 대신 서자들의 모임인 무륜당(無倫堂)들이 반역의 혐의로 참수형을 당한 후 허균은 혁명을 준비한다. 그러나 그는 체포당해 9일만에 죽임을 당한다. 그에 대칭되는 인물은 광해군이다. 20대 전후에 임진왜란의 참상을 함께 목격하고, 30대에는 몸을 웅크리고 때를 기다렸다가, 40대에 뜻을 편 두 사람이지만 허균은 광해군을 죽이려는 역모를 꾸몄고, 광해군을 허균을 처형시켰다. 허균과 광해군이라는 두 인물의 대비를 통해 조선 중후기 지식인의 고뇌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허균의 혁명 아이디어에 대한 기록은 전혀 남아있지 않지만 작가 김씨는 수많은 사료 섭렵과 그에 바탕한 상상력으로 한 혁명아의 내면을 복원해냈다. 지난해 이순신을 비롯한 임진왜란 당시의 인간군상의 삶을 그리면서 인간 본연의 문제를 질문한 「불멸」을 통해 새로운 역사소설의 모범을 보였다는 평을 받았던 김씨는 이번 작품을 쓰기 위해 10년여 관련자료를 모으고 추적해왔다.
그가 그린 허균의 모습은 한번 몸을 일으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80년대 젊은이들과 그들의 90년대의 삶을 대비해 연상시키게도 한다. 작가는 『인간에게 가장 행복한 사회체제에 대한 고뇌, 가난하고 병든 자들에 대한 관심, 오늘보다 너 나은 삶을 향한 갈망… 실패하더라도 결코 패배하지 않는 투지를 지녔던 독자들을 위해 이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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