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가 이끄는 일본 연립정권의 기반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지도력에 대한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내년 10월의 임기 만료 이전의 중의원 해산과 조기 총선이 불가피하리라는 관측이 파다해지고 있다. 우선 「식은 피자」 「범인(凡人)」 등 취임 직후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친화력과 서민적 풍모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오부치의 개인적 인기가 날로 떨어지고 있다. 또 자유당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당수가 잇따라 「트집」을 부리는 등 연정 내부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19일자 요미우리(讀賣) 신문의 칼럼은 오부치의 지도력 위기가 9월 자민당 총재 경선 이래의 「세가지 과잉」에서 비롯했다고 지적했다. 이 칼럼은 먼저 후속 인사에서 총재 경선의 경쟁자였던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전 간사장,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전 정조회장에게 보여준 「지나친 보복」이 「사람좋은 오부치」의 이미지를 크게 해쳤다고 짚었다. 이어 경기회복 정책에 지나치게 매달려 내년 4월에 시작되는 「노인 간호보험」의 보험료를 반년간 면제하는 등 무분별한 재정지출로 젊은 세대의 부담을 지나치게 크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자민·자유·공명당의 연립정권이 중의원의 70%, 참의원의 60%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마지막 과잉」이다. 그 결과 정권 기반의 안정이라는 애초 목적과는 달리 연정 내부의 갈등이 걸림돌이 되는 역현상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오부치 정권 스스로의 선택의 결과일 뿐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 시끄럽기만 한 한국의 정치 현실이 꼭 「소수 정권의 운명」에서 비롯하는 것일까 생각해 볼 일이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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