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보고서 유출 사건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검찰내 지휘부와 수사팀간 갈등의 여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순용 검찰총장의 진화로 검찰 내부의 갈등이 폭발 직전에서 임시 봉합됐지만 불씨였던 견해차는 여전한 상황이다.박총장이 19일 『원칙과 정도에 따라 투명하게 이번 사건의 진상을 규명, 책임있는 사람에게 응분의 책임을 지우겠다』면서 『대검 중수부의 보고서 유출사건 수사가 끝날 때까지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일체의 언행을 자제하라』고 일선 검찰에 긴급지시를 내린 것도 사안의 심각성을 반증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검사들이 출근하지 않는 일요일에 긴급지시가 내려진 것만으로도 긴박성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 일각에서는 이미 『지역 구도별로 의견이 갈리고 있다』는 등의 내부 분열을 증폭시키는 얘기들마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또 이종왕 대검 수사기획관의 사표 소식을 접한 일선 검사들이 동요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박 총장의 긴급지시는 이같은 상황을 더이상 방치할 경우 자칫 검찰 조직이 치유불가능한 내상(內傷)을 입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검사들이 수뇌부의 입장에 반발해 연판장을 돌리는 등의 제2검란(檢亂)으로 비화할 수 있어 사전에 일선 검사들의 동요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검찰 지휘부가 이기획관의 복귀를 권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17,18일 이틀 출근을 하지 않았던 이기획관은 검찰 지휘부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복귀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는 상태다. 검찰 수사팀은 아직까지는 『수사를 계속해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으나 검찰 지휘부와 견해차가 계속되고 이기획관이 복귀 않을 경우 어떤 입장을 취할지 불투명하다.
검찰 수사팀은 박주선 전청와대법무비서관의 소환 일정을 둘러싸고도 검찰 지휘부와의 시각차를 보였다. 검찰은 당초 박전비서관을 18일 오전10시 소환키로 했으나, 박 전비서관측의 요청에 따라 18일 오후3시로 1차례, 20일 오전10시30분으로 2차례 연기했다. 신광옥 대검 중수부장은 『박전비서관이 긴급체포 요건에 해당되지 않아 출두 연기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한 반면, 검찰 수사팀은 『소환 연기가 아니라 「소환 불응」이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팀과 지휘부간의 물증에 대한 가치판단 차이 및 여러가지 시각차는 박 전비서관 사법처리를 결정 과정에서 또 한번의 「곡절」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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