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용 검찰총장은 17일 박주선 전 청와대법무비서관의 사법처리를 둘러싼 검찰내 미묘한 기류와 관련, 『수사 방법과 속도에 대해 수사팀과 지휘부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며 『수사팀을 전폭 지지하며 수사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 내가 질 것』이라고 밝혔다._의견차란 무엇인가.
『내가 부덕해 수사팀 내부와 지휘부간에 의견차가 있었다. 명쾌히 얘기해줘야 할 사람(김태정 전법무장관)이 얘기를 안하기 때문이다. 지휘부 입장은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가려는 신중한 것인 반면, 수사팀은 마음이 급한 것 같다. 전직 총수까지 구속하니 마음이 무겁고 급해진 것 아니겠나』
_이종왕 수사기획관이 사의를 표명했다는데.
『이기획관은 정의감이 강하다. 사심이 있는 것은 아니고 검찰조직을 생각하는 마음과 수사가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신승남 차장 등이 설득해서 바로 철회한 것으로 보고 받았다. 이기획관도 곧 복귀할 것이다. 전투가 한창 진행 중인데 간부가 물러나겠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_수사팀에 무게를 실어주겠다는 것인가.
『수사 절차와 방법은 중수부장을 정점으로 수사팀에게 맡겼다. 물론 수사결과에 따른 최종 결정은 총장인 내가 하고 내가 책임질 것이다. 수사팀을 불러 진상규명 의지를 전폭 지지할테니 부담감 갖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격려했다』
_박 전비서관 소환이 수뇌부 재가 없이 이뤄졌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게 무슨 재가 사항인가. 어제(16일) 오후 6시30분쯤에 퇴근했는데, 대검 차장하고 중수부장한테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언제 부르는지는 내가 재가할 사항이 아니다. 전직 장관까지 구속하는 마당에 가릴게 뭐 있겠는가』
_이기획관은 박 전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강력히 시사했는데.
『조금 앞질러 한 얘기다. 격해져 있었던 모양이다. 조사해 보아야 아는 것이다. 수사는 순간순간 바뀐다』
_수사팀도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시각차가 있을 수 있다』
_이기획관이 단순히 중압감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중압감이 없을 수 있나. 검찰 명예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신이 피곤해서 그런 것이다. 진실을 밝히고 법대로 처리하는데에 이견이 있을 순 없다』
_돌출적 행동은 아닌 것 같은데.
『구체적 물증에 대한 가치판단이 다를 수 있다. 수사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진다. 사법처리 책임도 내가 진다』
_수사가 잘못되면 총장직도 걸 수 있다는 얘기인가.
『물론이다. 이기획관이 그렇게 한 것은 정말 때려치우고 싶다기 보다는 진실을 밝히려는 사명감의 표출이다. 수사는 원칙대로 하고 진상이 규명돼 결과가 나오면 거기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지우겠다. 결과에 대한 최종 책임은 내가 진다』
_단순히 수뇌부와의 의견차가 아니라 외압에 대한 의견표명 차원이 아닌가.
『그건 내가 막는다. 구체적 결론이 안 난 상태에서 외부에서 감놔라 배놔라 할 수 없다. 대통령이 연락한 것도 없다. 총장하는 동안 대통령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의견을 말한 적 없다』
_대통령이 검찰 수사와 특검 수사가 왜 다른지 밝혀야 한다고 했는데.
『특검 수사가 발표되고 이번 수사가 끝나면 가려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탁하는데 검찰 조직이 그로기 상태에 있다. 이기획관과 수사팀을 살려줘라』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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