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용택(千容宅)국가정보원장의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정치자금 발언이 정치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면서 한편으로 「언론문건」 파문이후 또다시 언론인의 직업윤리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언론사 사주인 홍석현(洪錫炫)당시 중앙일보사장이 말썽의 소지가 있는 정치자금을 전달한 사실이 드러난데다 파문의 불씨가 된 천원장의 발언내용을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에게 흘린 장본인도 기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
정치권에서는 우선 홍사장에 대해 대선을 앞두고 각 기업체에서 대선후보들에게 주기 마련인 「보험금」의 전달자 정도로 보고있다. 이와 관련, 천원장은 기자들에게 홍사장이 전달한 돈은 삼성 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력과의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언론사의 간부가 정치자금을 전달한 행위에 대한 여론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더구나 대선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정치자금 전달에 개입한 행위는 정도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또 정의원에게 천원장의 발언내용을 전해준 「딥스로트(고발자)」도 정황상 언론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천원장이 법조 출입기자들을 초청,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말한지 불과 24시간도 안돼 정의원이 천원장의 발언을 샅샅이 입수했기 때문.
국정원 한 관계자는 『국정원 내에서도 입에서 입으로 전파될 시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정보를 입수한 정의원의 정보력에 감탄할 뿐』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의원에게 천원장의 발언을 흘려준 사람은 언론인으로서 본분을 잊은 「제2의 이도준기자」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오프 더 레코드가 남발되는 현실에서 공익을 위해 불가피하게 기사작성을 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취재원과의 약속을 어긴채 제3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직업윤리에서 벗어난 비도덕적 행위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이화여대 최선렬(崔善烈)교수는 『기본적으로 취재원과 약속은 지켜주는 것이 도리』라면서 『언론인의 자세를 되짚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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