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보고서 유출사건 수사 실무책임자인 이종왕 대검수사기획관이 한때 사의를 표명할만큼 수사팀과 검찰 지휘부를 갈라놓은 「견해차」는 무엇일까.이 사건 처리에 대한 검찰내 견해차의 원인은 이 사건의 결정적 열쇠를 쥔 김태정 전법무장관이 입을 열지않고 있는데서 비롯된다. 최초보고서를 전달받은 김 전장관이 전달자를 지목하면 쉽게 끝날 일인데 계속 『기억이 안난다』고 버티고 있어, 관련자 진술과 정황에만 의존하는 수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출자로 의심을 받고있는 박주선 전청와대법무비서관도 『최초보고서를 본 일도, 보고 받은 적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사팀은 그동안 옷로비사건 내사를 담당했던 사직동팀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통해 『최초보고서를 작성, 박 전비서관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받아내고 그가 유출자라는 심증을 굳혀왔다. 맨처음 내사첩보를 입수한 곳이 법무비서관실이고, 최초보고서를 작성한 곳이 박 전비서관 직속인 사직동팀인데다, 김 전장관과 박 전비서관이 고교 선후배 사이라는 정황이 의심의 근거가 됐다.
그러나 지휘부는 『사직동팀이 최초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사실이 곧바로 박 전비서관이 유출했다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며 『충분한 물증이 확보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특히 『박 전비서관이 김 전장관에게 전달했다면 3종류의 최초보고서에 기재된 육필 날짜와 순서가 잘못될 리 없다』며 수사팀 의견을 반박했다.
수사팀은 이에 따라 닷새동안 소환에 불응하다 10일 검찰에 출두한 사직동팀 관계자들을 추궁, 이들이 은닉해 놓았던 최초보고서 원본과 내사자료가 담긴 디스켓 등을 임의 제출받는데 성공했다. 또 이들로부터 『박 전비서관이 검찰 수사 시작전 관련자료를 파기 또는 은닉하라고 지시했다』는 진술까지 받아냈다. 수사팀은 이런 정황과 은닉된 자료를 물증으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지휘부는 『사직동팀이 검찰 소환에 불응하다 뒤늦게 나와 털어놓은 점이 석연치 않다』며 『보강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사팀의 물증은 여전히 정황증거에 지나지 않는 만큼 박 전비서관이 유출했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물증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검찰 지휘부는 또 김 전장관이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박 전비서관은 아니다」라고 진술하고 있는 대목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사팀은 그러나 『김 전장관의 함구는 역으로 보고서 전달자가 박 전비서관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수사팀 내부에서도 박 전비서관 구속영장 청구 문제를 놓고 의견이 갈린 것으로 알려져 견해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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