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6일 청와대에서 민주화운동 관계인사들과 오찬을 하면서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 대한 서운함을 강한 어조로 토로했다. 특히 언론에 대해서는 그동안 써 온 우회적인 표현 대신 직설법으로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이날 발언은 김대통령의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김대통령은 『잘했다는 소리 보다 비판의 소리가 더 심하다』며 『언론이 옷로비만 갖고 7-8개월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로비는 매수행위인데 청와대 금감위 검찰에 통하지 않아 당사자가 구속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김대통령은 『고관부인들이 근신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고, 공문서를 넘겨준 것은 이것대로 가려져야 한다』면서도 『이는 큰 줄기가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 나라는 옷로비 밖에 없느냐』는 반문도 있었다.
김대통령은 무엇보다 일부 언론이 현 정부의 경제적 업적이나 인권노력을 외면하고 부정적 측면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킨다고 생각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외환위기 이전 39억달러의 외환보유고가 700억달러가 됐고,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국가중 경제성장률이 1위인데도 이에 대한 평가에 인색하다고 항변하고 있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그 원인을 소수정권의 한계로 인식하고 있었다. 김대통령은 민주화관련법의 처리 부진에 대해서도 『민주화 의지가 있지만 국회가면 혼나고 언론이 난도질하니까』라는 단적인 말도 했다.
상당수 국민은 김대통령의 서운함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공동여당의 힘을 극대화하지 못하고 야당을 파트너로 이끌지 못한 것은 김대통령과 여권의 책임이라는 반론도 있다. 소수정권의 한계 속에서라도 최선의 방도를 찾는 게 정치력이라는 지적인 것이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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