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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한국' 막올린 1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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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한국' 막올린 1세대

입력
1999.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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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한국 여자양궁은 명실공히 세계 최강이다. 그러나 79년 7월 예천여고 3년생인 김진호(당시 18세)가 제30회 베를린 세계선수권서 금메달을 따기까지 한국양궁은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62년 국내에 양궁이 처음 도입된지 꼭 17년만의 세계정상. 세계스포츠사에 이런 이변은 없었다.그것도 단체, 개인 등 6개부문중 5개부문을 석권하며 단숨에 세계정상에 올라선 김진호의 쾌거는 그야말로 전국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종합우승 소식이 전해진 경북 예천 김진호의 집에는 주민들이 몰려와 마치 잔칫집 같았다.

특히 김진호가 첫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정상을 차지했다는 것은 더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것도 양궁의 역사가 짧은 한국에서 변변한 시설도 갖추지 못한 훈련시설의 핸디캡을 딛고 이룬 쾌거여서 국민의 기쁨은 더 컸다.

아무도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김진호는 이미 「큰 일을 저지를」 싹이었다. 언니를 따라 예천여중 2년때부터 활을 잡은 그는 예천여고 1년인 77년 광주체전에서 개인우승을 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혜성처럼 등장한 김진호는 이후 77년말 대표선수로 발탁돼 승승장구한다. 78년 방콕아시안게임 여자개인전서 우승컵을 차지하며 한국양궁사상 첫 국제대회 우승을 이루고 이듬해 세계대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활을 잡기 시작한지 불과 5년만에 「양궁여왕」의 자리에 등극한 것이다.

김진호의 세계정복에는 다소의 행운도 있었다. 인종차별, 정치문제로 소련 폴란드 등 동구의 양궁강국들이 무더기로 출전을 보이코트, 당시 세계 정상권이던 루스타모바, 부투조바, 코사베리제(이상 구 소련)와 세계최고기록 보유자 빌레즈토(폴란드) 등이 불참한 것이다.

하지만 김진호는 기록으로 세계정상의 실력을 확인시켰다. 60㎙더블라운드에서 빌레즈토의 당시 세계최고기록을 무려 13점 경신한 세계신기록을 세운 것. 김진호은 이후 82년 세계선수권에서 다시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김진호의 시대는 84년 LA올림픽을 계기로 서서히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 당시 광주여고 3년생이던 서향순에게 올림픽 금메달을 내준채 3위로 밀려났다.

하지만 김진호가 세계정상의 물꼬를 트지 않았다면 서향순의 등장은 더 늦어졌을지도 모른다. 서향순이후 88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양궁천재」 김수녕,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우승자인 조윤정, 96애틀랜타올림픽 우승을 차지한 김경욱, 그리고 올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이은경까지….

한국은 20년간 부동의 최강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의 양궁최강에는 바로 김진호라는 「신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재 한국체육대 강사로 변신한 김진호는 이제 양궁코치로도 활약하며 「제2의 김진호」발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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