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 수술로 밀레니엄 베이비 낳으려고 하지마세요』인위적으로 「2000년 1월1일생」을 얻으려고 시간까지 정해 제왕절개 수술을 해달라는 산모들이 전국에서 줄을 잇고 있으나 「Y2K(2000년도 연도인식 오류) 부작용」을 우려한 병원들이 응급환자를 제외한 수술을 하지 않기로해 산모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산부인과로 유명한 서울 강남의 차병원 관계자는 16일 『1일이 휴일인데다 컴퓨터 오작동으로 인한 사고가 우려돼 제왕절개등 수술은 단 한건도 예정돼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자연분만과정에서 산모가 위험한 경우나 기타 응급상황에 대비, 50명의 의료진 및 직원을 비상근무시키고 컴퓨터전문가도 비상대기토록 했다.
삼성서울병원의 1월1일 분만예정 산모는 모두 45명으로 평소보다 10여명 이상이 많지만 제왕절개 수술을 받기로 한 산모는 없다. 신촌세브란스, 강남성모, 이대목동병원등 다른 대형병원도 마찬가지. 신촌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관계자는 『수술로 밀레니엄 베이비를 낳을 수 없느냐는 문의도 많지만 대형병원에선 출산일 조절을 위한 수술을 하지 않는다』고 잘라말했다.
또 서울 강남지역 50여개 개인산부인과도 대부분 1월1일 문을 열지 않는다. 이날이 공휴일인 것이 일부 산모들의 성화를 물리칠 수 있는 구실이 된 셈이다. 신사동 M산부인과 관계자는 『산모들 사이에 그날만 특별히 밀레니엄 베이비 수술을 하는 병원이 있다는 소문이 있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수술을 할 의사는 극히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하나병원 김판조(金判祚·34)전문의는 『출산예정일이 1월1일인 산모들도 혹시나 다른날 아기가 태어나지 않을까 우려해 제왕절개수술을 문의하고 있으나 휴일인데다 Y2K 부작용도 우려돼 자연분만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병원측의 휴진방침으로 일부 산모들은 자연분만을 통해 1월1일 아기를 낳지 못할 경우를 대비, 3∼4일 제왕절개수술을 예약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4월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송모(26·대구 수성구 시지동)씨는 『첫아기를 밀레니엄 베이비로 낳기 위해 결혼날짜까지 조절했으나 출산예정일이 내년 1월7일이어서 1일에 제왕절개를 하려했다』고 말했다.
대구 파티마병원 강일권(姜一權·40)총무과장은 『Y2K문제가 100% 해결됐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 전기실과 기계실, 전산실 직원등이 12월31일 밤 10시부터 1월2일까지 비상근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대구=이정문기자
jm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