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70-90년대 국내 록 역사정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70-90년대 국내 록 역사정리

입력
1999.12.17 00:00
0 0

리메이크 앨범은 「쉽게 했다」는 편견을 불러 일으키기 쉽다. 일단 창작의 과정이 배제됐기 때문이다. 윤도현이 리메이크 앨범을 냈다. 그러나 그에게 이 일은 창작보다 쉽지 않은 것이었다. 40년 우리 록의 역사에 남을 만한 선배들의 노래에 도전했으니 그럴 법하다.400여 시간에 달하는 녹음 작업 시간, 물론 그 이전 밤을 새워 의견을 나눈 긴 토론이 있었다. 그렇게 해서 11곡의 리메이크 곡이 담긴 음반 「한국 록 다시 부르기」를 냈다.

첫 곡은 70년대 발표된 신중현의 「바람」이다. 「나뭇 가지 사이에 바람 불어가면/어디선가 들리는 그대 목소리」. 73년 김정미라는 여가수가 불렀던 노래로 하드코어 방식의 세련된 곡전개는 신중현이 얼마나 앞선 뮤지션이었던가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김정미가 다소 몽롱한 목소리로 불렀다면, 윤도현은 에너지가 넘치는 보컬로 노래의 새 맛을 전한다. 묵직한 기타 사운드는 역시 신중현의 문법 그대로를 따랐다.

78년 그룹 「활주로」의 배철수가 불렀던 「탈춤」은 당시 통기타 문화에서 록 문화로 옮아가던 청년문화의 한 상징이었다. 다소 허탈한 것이 배철수의 매력이었다면, 윤도현은 그보다는 훨씬 모범생 스타일로 불렀다. 연주의 칼칼한 맛은 더욱 살았으나, 사실 보컬이 주는 매력은 배철수 쪽이 한 수 위. 「옥슨80」이 불렀던 「불놀이야」(80년), 샌드 페블스의 「나 어떡해」(78년)등 80년대로 접어들기까지의 록의 힘겨운 움직임이 포착된다.

80년대 한국 록계의 큰 별 「들국화」의 대표곡인 「돌고 돌고 돌고」(88년), 「그것만이 내세상」(85년)은 더욱 세련된 기타 연주로 되살아났다. 목청이 시원스럽고, 저음에선 약간의 비음이 매력적인 윤도현과도 썩 잘 어울리는 곡이다. 유쾌한 리듬 진행이 매력적인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 한국계 러시아 가수인 빅토르 최의 비장한 노래 「혈액형」(88년), 친한 선배 강산에의 「깨어나」(96년), 그리고 자신의 94년 록 발라드인 「너를 보내고」에 이르기까지 70~90년대를 관통하는 록의 분방함과 도전 정신에 어울리는 노래들은 선곡의 묘미가 돋보인다.

앨범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92년 김민기가 만든 곡인 「철망 앞에서」. 김경호, 김장훈, 김윤아(자우림), 박기영, 박완규, 임현정, 오상우(마루) 등 7명의 로커들과 함께 불렀는데 곡 중반의 사물놀이와 어우러진 드럼 연주, 신선한 기타 사운드가 어우러진 장중한 합창곡으로 「다시 부르는 록」과 「새로 부르는 록」이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일임을 각인시킨다.

/박은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