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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괴자금 누구돈?

입력
1999.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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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원대 구형 신권 지폐의 주인을 찾아라」명동과 남대문 등 서울시내 사채시장에 수천억원 규모의 구형 1만원권이 흘러들어왔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소문의 진위여부와 돈의 출처등에 대한 의혹이 무성하다. 사채시장과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12월 초부터 사채시장에는 『94년 1월 이전에 발행된 2,000억원대의 구형 1만원권 지폐가 돈세탁을 위해 유입됐다』 『전주가 조건만 맞으면 양도성예금증서(CD)나 수표·어음 등으로도 교환할 수 있다고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1만원권으로 200억원 묶음 10여개를 30%정도 할인된 가격에 내놓았다는 것.

서울 명동의 사채업자 H씨는 『수천억원대 구지폐가 유통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전주나 용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은선이 없는 구권지폐는 94년 1월20일 발행이 중단돼, 현재 은행에서 신권교체를 위해 수거중인데 자금추적을 피하기 위해 사채시장에서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정보기관이 최근 내사에 착수했다는 후문이다.

엔화 등 정체불명의 외화도 돈세탁을 위해 사채시장에 흘러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 강남의 증권업계 관계자 K(34)씨는 『소설처럼 들리지만 얼마전 부산출신의 전주(錢主)가 트럭 2대에 1,000억원대의 엔화를 싣고 상경, 모호텔에 묵으면서 18% 할인된 가격에 현금으로 교환해 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근 H, J, C은행 등에도 1만원권 구형 지폐의 교환여부를 묻는 전화가 자주 걸려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간부는 『「출처를 밝힐 수 없는 거액의 구지폐를 신권으로 교환할 수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몇차례 걸려와 정중히 거절했다』며 『구형 지폐가 본격 유통되지는 않지만 조만간 상당액이 흘러 들어올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돈의 주인과 관련, 사채시장과 금융가에서는 거물 정치인이나 재력가가 94년 금융실명제 이전에 숨겨둔 비자금을 총선용 정치자금으로 전환하거나 내년초 지폐도안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돈세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대기업 정보팀의 한 간부는 『소문의 상당부분은 사실인 것같다』면서 『소유주로 유명 정치인이 거론되고 있으나 점조직을 통해 돈세탁이 진행되고 있어 정확한 액수등은 확인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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