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고서야 어떻게 믿고 우리 아이들을 학교에 맡기겠어요?』지난 10월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신낙균(申樂均·국민회의)의원은 이렇게 장관을 질타했다. 학교에서 성희롱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특히 문제의 성희롱 교사(또는 교수)를 학교와 교육청과 교육부가 똘똘 뭉쳐 감싸고 도는 현실에 대한 통렬한 비난이었다.
당시 이원우 교육부 차관은 답변에서 『징계에 미흡한 점이 있다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별로 인식하지 못하는 무성의한 답변이었다. 교육부 고위간부들은 반성은 커녕 오히려 지난 7월 국립 창원대 A교수가 3년간 여대생 100여명을 상습적으로 성희롱하고도 정직 3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받은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교육부 여성교육정책담당관에게 『왜 의원과 언론에 이 문제를 떠벌려서 교육부를 곤란하게 만드느냐?』며 질책했다.
언론과 국정감사에서 학교 성희롱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했는데도 교육부와 학교 현장의 자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7월1일 발효된 「남녀차별 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은 성희롱 등 남녀차별을 예방하고 성희롱 피해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마련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이 시행된지 4개월이 지나도록 이런 의무를 이행한 학교는 많지 않다.
교육부가 최근 한달간 시·도교육청 6곳, 초·중·고등학교 14곳, 대학교 1곳의 성희롱 방지 실태를 조사한 결과 성희롱 예방교육을 아직도 안한 곳이 30%, 성희롱 상담창구와 상담요원을 두지 않은 곳이 20%나 됐다. 예방교육이나 상담요원 지정 등은 성희롱 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여서 이마저 실천하지 않는 학교라면 성희롱에 대해 최소한의 문제의식도 없다는 얘기가 된다.
「O양 비디오를 보고 감상문을 써오라」는 숙제를 내준 성희롱 교사로 말썽을 빚은 경기 광주 매곡초등학교와 서울 당곡중학교는 교육부의 성희롱 관련 업무지침을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시행하지 않고 공문 표지만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언남중학교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했다고 하면서도 교사들이 무슨 교육을 받았는지 답하지 못했다.
특히 16개 시·도교육청은 16일 현재까지도 학교 현장에 대한 실태점검조차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부도 전체 초중고 1만곳, 대학 400곳중에서 15곳만 점검하고 말았다.
초등학교 2학년 여자어린이의 어머니인 한정희(38)씨는 『성희롱으로 문제된 교사들이 버젓이 교단에서 활개치고 있는 것은 모든 학부모가 다 아는 사실』이라며 『학교를 믿을 수가 없다』고 흥분했다.
이광일기자
ki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