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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법문]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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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법문]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며

입력
1999.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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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되풀이되는 것이다. 한 세기 전 이 땅은 외세에 의한 이권쟁탈의 목표가 되어 민족과 국가의 위기는 심화되어 갔다.이 무렵 동학농민운동은 후일 3·1운동으로 전개되는 기반이 되었고 1906년 천도교로 개칭되어 민족운동에 큰 역할을 담당하였으며, 만해 한용운 스님은 불교의 자주성을 강조하고 불교의 근대화와 혁신을 꾀하려는 불교유신론(佛敎維新論)을 주장하였으며, 백암 박은식 선생은 유교의 보수성을 극복하고 혁신하려는 유교구신론(儒敎求新論)을 주장해 지행일치를 꾀하고자 하였다.

잘못된 역사와 정권을 바로잡는 것은 권력을 가진 소수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수의 민중들에 의해서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80·90년대 독재정부에 항거한 민주운동의 뿌리는 다름아닌 100여년 전의 동학농민운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날의 만해 스님이나 백암 선생의 몫은 누가 담당해야 할 것인가. 바로 종교인, 언론인, 그리고 교육자들일 것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이건 종교와 언론과 교육이 그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리게 되면, 그 시대 정신은 죽고 그 사회는 타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종교인이나 언론인이나 교육자들에게는 특별히 더 높은 기준의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것이다.

懼法朝朝樂(구법조조락) 欺公日日憂(기공일일우).

법을 두려워하면 아침마다 즐겁고, 법을 어기고 기만한다면 나날이 근심스럽고 불안하다. 나라의 법과 도덕과 기초적인 질서를 준수한다면 하루하루가 즐겁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것이며, 법을 어기고 약속과 질서를 지키지 않는다면 날이면 날마다 불안한 삶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천만 온 국민이 타협하거나 굽힘없는 비판정신을 잃지 않고 법과 도덕과 규칙을 준수할 때, 종교와 정치와 언론을 비롯한 모든 전문가 집단이 투철한 책임의식을 견지할 때, 100년 후 우리의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 되풀이되는 역사에 좋은 본보기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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