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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마음] 새삼 떠오르는 아버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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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마음] 새삼 떠오르는 아버지의 모습

입력
1999.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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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부터 건강이 나빠진 아버지께서 한달을 누우신 뒤 세상을 떠났다. 다들 장수하는 시대라는데 아버지는 만 77세를 못 채우고 우리와 인연의 끈을 놓았다.외모가 곱고 젊어보였는지라 아직 살 날이 많겠거니 했는데, 당신이 직접 살림을 꾸리고 돈도 만졌으니 용돈 궁하진 않을 거라는 생각에 용돈 한번 제대로 드리지 못했는데…

하지만 아버지 가시고 난 후 그 살림살이를 이어받은 동생 내외가 친지 경조사 찾아다니기 힘들다는 푸념을 하는 걸 보며 새삼 아버지의 역할을 깨닫게됐다. 아버지는 문중 일에서부터 일가친척, 고향 친지 대소사까지 빠짐없이 챙겼다.

우애를 소중히 여기고 인사 차리는 것을 좋아했던 아버지. 친척 행사에 당신의 딸 넷이 나타나면 과묵하던 얼굴에 환한 미소를 가득 담고 흐뭇하게 바라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돌아가신 후 장례의식을 치르면서도 아버지의 장례식 같지가 않았다. 49재 지낼 때까지 우리 형제들은 매주 모여 기도한 뒤 웃고 얘기하느라 아버지가 안계시다는 걸 별로 의식하지 못했다. 그런데 재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생활의 군데군데에서 살아나는 아버지의 기억과는 반대로 이제는 어디에서도 그 모습을 볼 수 없는 현실이 서럽다.

중년까지 고향에서 공직을 지키던 자랑스런 아버지. 그 아버지께서 병이 났을때 우리는 오래 누워 계실까봐 걱정만 했지 행여 가졌을지도 모를 삶에 대한 애착 같은 건 안중에도 없고 어서 편히 가시라고 빌기만 했다.

모시는 가족들이 힘들까봐 그랬다지만 사실은 단아한 아버지의 상을 곱게 간직하고 싶은 우리의 욕심이 더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언제나 조용히 웃으시던 아버지를 영원히 뵐 수 없게 됐지만 문득 바라본 형제의 모습에서 아버지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서로를 거울삼아 아버지를 닮아가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박증도·울산시 남구 신정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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