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국회에서 의원입법으로 마련된 「통일기반조성을 위한 접경지역지원특별법안」이 상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곧 통과될 예정이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검토해보면 껍질만 통일기반조성을 위한 지원법이지 속으로는 완전한 접경지역「개발」특별법이다.이 법안의 주된 골자는 접경지역종합계획에 의한 사업의 시행자가 시장, 군수의 승인만 받으면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또한 이 법에 의하여 사업의 시행을 승인받은 경우 21개의 법률의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게 했다. 또 법안에서는 접경지역종합계획은 국토건설종합계획법, 수도권정비계획법, 군사시설보호법을 제외하고는 다른 법령에 우선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법안에서는 무분별한 개발사업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장치가 하나도 없다. 법안에 따르면 환경부장관이 할 수 있는 일은 기초생태조사를 실시하고 보전대책을 수립, 시행하는 일로 규정되어 있다.
자연생태계보전지역의 지정과 같은 보전대책의 시행이 매우 어려운 현 상황에서 사실상 기초조사의 실시만으로 효율적인 보전이 이루어 질 수는 없다. 그리고 이 법안은 통일기반조성을 위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아직 공식적인 국가적인 종합계획도 수립된 바 없는 상황에서 통일기반조성사업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단 말인가.
이 법안의 취지에서는 통일비용의 절감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이 말은 통일이 이루어질 때 발생하는 통일난민을 모두 지뢰가 깔려 있는 비무장지대와 접경지역으로 몰아넣겠다는 뜻이고 그 결과 이들을 빈민화하고 반세기동안 보전된 생물다양성의 보고를 한순간에 초토화시킬 것이다. 또한 이 법으로 인한 무분별한 개발은 오히려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악화, 땅 투기만 부채질해 주민들에게 고통만 줄 것이다. 이 법으로 크게 미소를 지을 사람은 개발업자와 투기꾼들, 이들과 가까운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뿐이다.
이 법안은 실질적으로 그 동안 환경단체 등의 반발로 통과시키지 못한 접경지역개발특별법을 이름만 바꾼 것이다. 이 법안은 우리 후손들에게 파괴된 자연환경을 물려주게 만드는 개발악법이고 내년의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법안일 이다. 이 법안의 준비과정에서 공청회 등 필수적인 여론 수렴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며 결과적으로 개발을 지상과제로 하는 건설교통부 등의 부처가 모든 권한을 휘두르게 돼있는등 엄청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세상에 이런 법도 있는가. 모든 국민은 결사적으로 이 법안의 통과를 막아야 할 것이다.
조도순·가톨릭대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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