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혈세를 들여 일단 극한 사태를 틀어막은 대우자동차의 앞길을 결정지어야 할 중요한 시점이 임박한 것 같다. 진작 매입협상을 결판지었다면 대우사태를 막을 수도 있었을 제너럴모터스(GM)측이 무슨 생각에선지 14일 전격적으로 우리 당국에 대우차 인수제안서를 제출함으로써 정부가 양단의 선택기로에 놓인 모양이다. 최근 포드와 다임러 크라이슬러등 경쟁업체들이 잇따아 대우차 인수의사를 직간접으로 내비친 것이 제너럴모터스의 행보를 압박했다는 관측도 있으나 정확한 의중과 속셈이 무엇인지 현재로선 알 도리가 없다.정부당국의 반응은 제너럴모터스사를 사실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인정해 이 회사 요구대로 수의계약을 체결할 것인지 여부를 이달말까지 결정하겠다는 것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서둘러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생각이다. 물론 대우차 처리가 지연되면 될수록 국가경제에 부담이 늘고, 해외매각을 전제로 할 경우 회사의 가치가 떨어져 협상에 불리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바늘허리에 실 꿸 수 없듯이 이 문제는 앞뒤를 재면서 차분히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우차의 자체 경영정상화에 우선적인 역점을 두는 것이 관건이라고 본다. 생산과 수출이 일정 궤도를 회복해 회사의 대외 이미지가 회복되면 과거 독일 폴크스바겐사의 예를 보듯이 그 다음의 처리방향이 한결 수월해진다. 정부로선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투입한 만큼 하루빨리 얼마라도 자금을 회수해야 하고 국민여론도 살펴봐야 하는 어려운 입지이겠지만, 그러한 조급성이 종내에는 소탐대실의 결과를 빚는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대우차의 국내외 법인전체를 일괄 인수할 것처럼 보였던 제너럴모터스측이 이제는 승용차부문과 일부 해외생산라인만 제한적으로 사겠다고 여유만만하게 나오고 있는 것도 IMF이후 부실기업들의 헐값매각에서 드러난 정부의 취약한 협상력과 전략부재를 읽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대우차의 중장기 진로는 자력갱생작업과 병행해서 국내외 매각, 공기업후 민영화 방안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각적으로 검토해 나가야 보다 합리적인 실익에 다가갈 수 있다. 최근 인수의향을 비치고 있는 다른 외국업체들의 진의도 정확히 파악한다면 국내기업을 포함한 국제경쟁입찰방식이 배제돼야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이미 수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마당에 얼마간 시간이 늦춰진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도 없으며 다행히 국내외 경기도 호전되고 있어 대우차의 잠재가치가 회복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혹 총선을 앞두고 가시적 성과를 내려거나 골치아픈 일을 빨리 매듭지으려 는 성급함은 자제돼야 한다. 자본논리보다는 거시적인 산업구조 개편차원에서 대우차 처리방향이 결정되기를 기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