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직장에서 대청소를 했다. 아침 출근에서 퇴근까지 앉아서만 업무를 보다보니 가끔 격렬하게 몸을 쓰는 일이 즐거울 때도 있다. 먼지를 마시는 것도 과히 나쁘지 않고. 미인의 조건 중 하나는 남을 배려하기 보다는 뻔뻔스럽고 의타적이어야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여기에 비추어 보면 나는 미인이 되기는 영 틀린 것 같다. 행여 다른 사무실 사람에게 폐가 되지 않을까 염려하면서도 시키지도 않은 일을 무척 열심히 했으니 말이다.
청소일 지언정 한 가지 일에 열심히 몰두해 성과를 보는 것은 과히 나쁘지 않다고 본다. 이런 성실함에 대한 신념을 갖게 된 것은 지난 4년간의 근무경험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나는 주한 캐나다 대사관에 근무한다.
그동안 여자라고 딱히 업무면에서 차별을 받아본 적이 없고, 직장 상사도 열심히 하면 격려를 해주곤 한다. 이런 분위기는 내게 성실하게 실력을 쌓고 계획한 미래를 위해 준비하면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정신을 심어준 것 같다.
이런 근무 분위기나 일정한 근무시간에 대해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많다. 국내 기업의 경우 밤 늦게까지 일하고 지독한 경쟁에서 살아남아도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으면 직장생활을 포기하는 경우가 아직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직장분위기가 안정적이고 평등하다는 것은 그만큼 위로 도전할 기회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외국계 기관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은 절대로 그 기관의 주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심한 갈등을 느끼게 된다.
또 언어와 문화의 장벽 때문에 자기 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 사환의 역할로 전락할 때도 있다.
만약 우리 사회에서 근무 여건이나 작업 환경, 또 여성인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분위기만 보장된다면 외국계 기관에서 일하는 것이 부러움의 대상이 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나는 직장생활의 초보자이고 아직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내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며, 과연 어느 길로 가야할까를 생각하면서, 우리 사회의 질적 성장을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이지은·주한 캐나다 대사관 상무과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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