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방송됐던 드라마가 긴세월 흘러 우리 곁에 그 뒷이야기를 갖고 다시 다가온다면 어떤 모습일까? 새천년 우리 젊은이들의 사랑은 어떤 양태로 나타날까?SBS와 MBC가 각각 요즘 촬영에 열을 올리고 있는 드라마 「왕룽의 대지」 와 「운명」 이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나선다.
『사모님, 예술(춤) 한번 하실까요?』 라고 말하는 쿠웨이트 박(최주봉)하면 떠오르는 89년 KBS 「왕룽 일가」. 10년 세월이 흐른 뒤의 왕룽(박인환)과 그 주변인물들의 이야기가 바로 「파도」 후속으로 2000년 1월1일부터 방송될 SBS 주말극 「왕룽의 대지」(김원석극본, 이종한연출). 장기 방송되는 드라마는 있지만 당시 출연자들과 연출자가 다시 만나 2탄을 만든 적이 없는 우리 방송가로선 「왕룽의 대지」는 제작 시작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왕룽일가」의 왕룽 박인환을 비롯, 김영옥 최주봉 박혜숙 배종옥 조민수등 주연들이 그대로 「왕룽의 대지」에 출연한다. 연출자 이종한PD는 『새로운 시도라 가슴이 설레지만 시대 감각에 맞게 드라마를 전개할 예정이다』고 말한다. 이 PD말처럼 「왕룽일가」 에서 보이지 않았던 장혁 박시은 소지섭 배민희 등 신세대 연기자들이 가세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드라마는 땅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소중하게 여기며 웃음과 눈물이 있는 박인환 김영옥 최주봉등 노년층, 현실감을 갖고 일과 성공에 가치를 두며 진실과 허위의식 사이에 고민하는 배종옥 조민수 성동혁 등 중년층, 그리고 신세대적 사고방식으로 생활하는 장혁 소지섭 박시은 등 젊은층을 중심축으로 전개된다.
「왕룽의 대지」 는 도시인근 농촌에 개발 붐이 불어 대부분의 주민들이 토지를 팔아 도시민으로서 수혜를 즐기고 있지만 왕룽 박인환만이 아파트부지로 수용되지 않은 자기 밭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도시화로 인한 노년층의 가치관 혼란과 젊은이들의 정체성 찾기가 해학과 풍자로 그려진다.
이에 비해 「햇빛 속으로」 후속으로 2000년 1월 5일부터 수목 미니시리즈로 방송될 MBC 「운명」(김인영 극본, 장두익연출)은 성숙한 인간관계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증오를 사랑으로, 복수를 화해로, 미움을 용서로 바꾸어 나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
장두익PD의 연출 의도. 『새천년에 방송되기 때문에 애증과 갈등에 초점을 맞춘 그동안의 드라마 흐름에서 과감히 벗어나 용서와 관용에 무게를 두어 드라마를 이끌겠다』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식물인간이 된 최지우와 자신이 가해자임에도 최지우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 박선영이 「운명」의 두축. 두 여인을 두고 류시원 손지창이 교통사고의 진실을 파헤치면서 사랑과 용서로 나가는 과정이 전개된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가난하고 똑똑한 여자와 부자이면서 영악한 여자라는 진부한 대립구도가 설정돼 새천년 시작에 걸맞는 젊은이들의 새로운 사랑의 양태를 보여준다는 연출의도를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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