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어머니를 가슴에 품고 살고 있습니다』일본 야쿠자 2명을 살해한 죄로 일본형무소에서 31년6개월간 수감됐다가 9월7일 석방돼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권희로(權禧老·71)씨가 귀향 100일을 맞은 15일 꺼낸 화두는 여전히 「어머니」였다.
부산 연제구 거제동 H아파트에 마련된 그의 보금자리도 온통 「어머니」였다. 안방 벽면과 서랍장 위쪽, 거실과 서재 등 눈을 돌릴 만한 곳에는 빠짐없이 어머니의 생전 사진이 모셔져 있었다.
31년간 이른바 「김의 전쟁」을 치른 그는 새벽 4-5시쯤 눈을 떠 신문등을 통해 우리 말과 문화를 학습한 뒤 자신의 인생을 글로 정리하는 시간으로 반나절을 보낸다. 나머지 반나절은 온천시장 국제시장 등 부산의 저잣거리를 돌며 어머니의 얼굴과 꼭 닮은 상인들의 얼굴에 놀라며 『그것 모두 싸 주세요』라고 호기를 부리는 것으로 채운다.
한국인 차별에 대한 반일감정은 거의 삭이고 최근 「어머니, 미움을 넘어섰어요」라는 제목의 단편 수기도 출간했던 그는 지금 새로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 한국은 물론, 선진화한 세계 어느 곳에서나 「차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깨달았다』는 권씨는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소외된 사람을 최소화하는 게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일』이라고
그는 『남은 인생을 열심히, 좋은 일을 하며 살겠다』며 『우리말을 완전하게 구사할 정도의 실력을 갖춰야 우리 어머니와 같은 노인들을 돌보는 일을 불편없이 할 수 있겠지요』라고말했다.
부산=목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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