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7년 뉴욕시 학우트 백화점의 엘리베이터가 사람을 실어날랐던 것을 시작으로 이제 엘리베이터의 역사는 150년에 이르렀다. 고층 건물의 각층에 사람이나 화물을 운반하기 위해 수직축을 따라 이동할 뿐인 엘리베이터가 어느 날 느닷없이 사람을 가두어놓고 사육하는 우리로 변해버렸다.될 수 있는 데까지 부자가 되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33세의 「종합 광고 기획 전문가」 샤를르 퀴블리에가 파리 바노가의 한 아파트 건물로 들어섰다. 방 하나를 세내기 위해서였는데 그를 싣고 올라가던 엘리베이터가 4층과 5층 사이에 덜컥 멈춰섰다.
수십 명이 넘는 수리공들이 몰려와 요란한 소음을 내는 게 싫다는 이유로 건물 여주인은 그를 그곳에 두기로 결정한다. 고가의 변기를 선물하고 식사와 세숫물이 제공된다. 최고급 관을 짜는 떡갈나무 재질의 1919년 제작 엘리베이터 밖으로의 탈출 시도는 번번이 수포로 돌아간다. 4층과 5층 사이의 15㎝ 정도의 틈에 대고 도와달라고 고함을 치지만 사람들은 그를 꺼내주기는 커녕 동물원의 원숭이를 구경하듯 과자를 주고 사진을 찍어갈 뿐이다. 작은 상자 속에서 그가 하는 일은 음식을 먹고 몸을 살찌우며 다음해 달력으로 엘리베이터 안을 치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엘리베이트는 왜 제멋대로 용도 변경되었을까? 샤를르는 광고의 일인자로 사람들의 꿈과 욕망과 좌절을 손바닥 안에서 갖고 놀며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앞서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다. 그가 광고했던 자동차는 건물 여주인의 남편을 교통 사고로 죽게 했고 최상품이라고 속여 팔았던 냉동 오리고기는 그조차도 먹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광고 기획가로서 그가 한 일이란 것이 바로 무수한 사물들의 개념을 바꾸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는 사람들의 말을 진실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드디어 그는 사람들을 식인종으로 둔갑시키기에 이른다. 우여곡절 끝에 밖으로 나온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저물녘 맹수들의 싸움」이다.
엘리베이터는 엘리베이터일 뿐이고 의자는 의자일 뿐인데….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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