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조용필이 단호하고도 부드러운 고음으로 「비련」의 첫 소절을 터뜨리자 객석은 『오빠』로 일제히 화답했다. 12일 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객석의 거의 전부는 아줌마거나 중년의 부부. 빈 자리가 하나도 없다. 모두들 나이를 잊었다. 설령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흔들어 대지는 못했더라도,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자를 맞추고 소리 높여 따라 불렀다.10-12일 모두 4차례 마련된 조용필의 밀레니엄 콘서트는 원조 「오빠부대」의 존재와 파워를 오랜만에 느끼고 확인한 무대였다. 모노 사운드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한오백년」으로 시작해 화려한 서라운드 사운드의 「생명」, 가슴 절절한 「킬리만자로의 표범」으로 앵콜을 끝낼 때까지 장내는 23곡의 레퍼토리가 이어질 때마다 감동의 물결이었다. 어떤 부부는 까닭없이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연신 훔쳤다. 그래도 아무도 「주책」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집에 두고 온 아이들의 눈으로 본다면 모두들 「주책바가지」였을테니까.
조용필의 공연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 처음으로 대중 가수에게 문을 열어 성사됐다. 금세기의 「가객(歌客)」 조용필도 고심이 많았다. 하지만 공연 수일전 티켓은 동났다. 객석점유율 100%(유료 관객률 90%). 그러나 진짜 「장사」는 관객의 만족도였다. 가수는 노래했고, 관객은 감동했다.
10대 스타가 아닌 가수들은 무대가 없다고, 30, 40대들은 노래가 없다고 불평이다. TV는 중장년 가수와 관객을 버린 지 오래다. 그러나 이런 무대가 있다면 「오빠부대」는 영원할 것이다. 나이를 먹어도 「오빠부대」가 되고 싶을 때가 있다.
박은주 문화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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