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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여! 이들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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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여! 이들을 기억하라

입력
1999.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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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어제와 오늘의 대화라고 했다. 그 가운데에는 당대의 사람들에게, 그리고 그 후대에도 영향을 끼친 사람들이 서있다. MBC가 12월 20일부터 3일간 20세기라는 어제를 기록한 사람들을 정리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20세기, 한국의 인물들」은 일제강점, 해방, 전쟁·분단, 4·19, 5·16, 5·18로 이어지는 격동의 한국 20세기를 인물로 살펴 본 역사탐구다.「지도자와 혁명가들」 「여성」 「영웅과 우상」 3부로 구성된 「20세기…」는 정치, 경제, 여성, 문화, 스포츠 등 각 분야를 아우르는 인물들이 망라됐다. 각부에 소개되는 인물 20명은 변형윤 전서울대교수, 박명진 서울대교수 등 전문가 8명과 MBC PD 75명, 네티즌 5,882명 등의 추천을 받은 뒤 10대 일간지 부장급 기자들과 386세대 기자 등 20명의 기자단에 의해 선정됐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력에 초점을 둔 정치·경제 분야의 인물을 조명한 「지도자와 혁명가들」편. 일제강점기에는 독립투사로, 분단 후에는 통일운동에 전력한 김구 선생과, 총성과 함께 정권을 잡았고 총성으로 사라져간 박정희 전대통령이 공동 1위를 차지했다. 김대중 대통령(3위) 이승만 전대통령(6위) 전두환 전대통령(11위) 김영삼 전대통령(13위) 등 전현직 대통령이 20위 안에 들어 대통령의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하지만 노태우 전대통령만 유일하게 20위권 밖이었다.

재벌총수 역시 사회에 영향력을 미친 주요한 인물군으로 선정됐다. 정주영(3위) 이병철(3위) 김우중(13위)씨가 20위 안에 들었고, 사회봉사에 남달리 힘을 기울였던 유일한(18위) 전 유한양행 회장도 포함됐다. 이밖에 북한체제를 수립한 김일성, 노동운동의 화신 전태일, 반독재 통일운동에 매진했던 문익환, 장준하씨 등도 들어갔다.

20세기는 여성 차별과의 투쟁이기도 했다. 척박한 환경에서 변화와 도전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고 사회에 영향을 끼친 20인의 여성은 누구일까? 「여성」편에서는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가 1위로 뽑혔고 2위는 평생 여권신장을 위해 노력했던 이태영 전가정법률소장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가 나란히 선정됐다. 4위는 날카로운 칼럼으로 필명을 날리고 언론사상 「최초」라는 수식어를 항상 붙이고 다녔던 장명수 한국일보 사장, 월북한 무용가 최승희씨가 함께 올랐다. 이밖에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부천서 성고문사건을 폭로한 권인숙, 교육사업을 펼친 김활란, 여성 정치가의 대부 박순천, 여성학의 대모 이효재, 소설가 박완서씨 등도 20세기의 한국 여성 20인에 선정됐다.

대중의 사랑을 받은 20세기의 스타와 영웅은? 스타의 차원을 넘어 20세기에 한국 정신, 문화와 스포츠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영웅과 우상」 편에서는 일제시대 한민족의 기개를 보여준 손기정(1위) 안중근(9위) 유관순(18위), 영원한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9위) 김민기(9위) 조용필(3위) 서태지(2위) 등이 눈에 띈다. 문화계 스타로는 백남준, 정명훈, 신성일, 최진실, 김지하, 안성기,이문열, 조치훈씨 등이, 스포츠 우상으로는 박찬호, 황영조, 차범근, 박세리 씨 등이 20위 안에 포함됐다.

MBC 윤미현 PD는『역사와 사회의 중심이 되는 인물들에 대해 단순한 삶의 소개 차원이 아니라 한국의 20세기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에 역점을 두고 프로그램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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