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글은 시대의 통풍구다. 시대를 읽어주는 지성의 건재를, 독자는 그의 칼럼을 통해 확인했다. 한국일보 「정달영칼럼」.일상에서 세계와 역사의 흐름을 짚어내 온 정달영(60) 한국일보 주필. 그의 칼럼이 두 번째로 묶어져 나왔다. 88년 9월~99년 7월 동안 한국일보에 실렸던 칼럼들이다.
그의 인식은 출근 시내버스 속의 난데없는 메슥거림이나 인혁당 사건을 극화한 극단 연우무대의 「4월 9일」을 보고 난 뒤의 느꺼움처럼, 언제나 생활에서 출발하고 있다. 88년 10월 김근태씨를 두고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남영동 대공분실측의 맞고소 사건, 유신체제의 폭압성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유린했는지 어느새 잊어 가고 있는 우리를 일깨워준 어떤 작은 연극. 그 존재를 일깨워준 그의 붓은 뜨거운 감자를 들춰내는 집게였다.
책은 3부로 나뉜다. 한국 정치의 단면도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14편), 90년대의 좌우이념 해체상 「금단의 언어, 해금의 거리」(16편), 과외문제 뇌물문제 등 우리 시대의 삶 「울고 싶은 사람들」(32편).
고은 시인의 최신작 「전태일」, 유신시대 최초의 정치결사체였던 민주회복국민회의 대표 이병린 변호사의 시조 「벽돌도 차거니와…」 등 뒤틀린 시대에 대한 문학적 항변들 역시 그의 글을 통해 저잣거리 속으로 들어온다.
65년 대수술과 93년 뇌출혈에서 깨어난 뒤, 여전히 건필을 휘날리고 있는 대기자의 행보는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특히 뇌출혈 회복 이후의 글들에 대해, 『개인적으로 보면 여분(餘分)의 소산』이라는 말로 소감을 대신한다. 책의 제목은 87년 첫 번째 칼럼집 「할말은 많아도」에서 『부끄럽다』로 운을 뗐던 데 대한 대구(對句). 사람생각 발행, 1만원.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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