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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개혁 발목잡는 총선 선심성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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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개혁 발목잡는 총선 선심성 정책

입력
1999.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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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느 나라의 정부든 선거를 앞두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적절히 활용하지 않는 정부는 없다. 심지어 내각책임제를 도입하고 있는 국가들의 경우는 총선 시기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시점에 임의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법으로 허용되고 있기도 하다.그러나 그러한 정책들이 한 나라의 재정능력을 넘어서거나 개혁을 후퇴시켜서는 결코 안된다. 최근 각 정부부처가 경쟁적으로 내놓는 정책들을 보면 정부지출을 많이 필요로 해 적자재정을 심화시키거나 개혁의 의지를 후퇴시키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눈에 띈다.

얼마 전 있었던 농가부채 보증의 해소에 이어 나온 「농어가부채 경감 특별법」, 4대 사회보험 적자에 대한 재정지원과 경로연금 수혜자 확대, 공무원

봉급 인상, 원칙에 어긋나는 소주와 양주 세율 조정, 24개 신도시 건설을 포

함한 4개 광역권 개발계획 등이 정부의 재정능력을 감안하지 않은 선심성 정책들의 표본이다. 그리고 금융거래 신용불량자와 비리공무원의 징계 해제를 포함한 「밀레니엄 대사면」,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의 기준액 상향조정, 적자재정 축소 특별법 포기, 의료보험 통합시기의 연기 등은 개혁의지의 후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들이다. 이러한 행태는 야당도 마찬가지로 교원정년의 65세 복귀, 여당 보다 한술 더 뜬 추곡수매가 대폭 인상 요구 등 총선용 선심성 정책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모두 관련 당사자인 국민들에게 혜택을 주고자 하는 것이므로 여건만 허락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정책들이 어느 한 계층에 유리한 것이어서 다른 계층이 반드시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들이고 또 상당한 정부지출을 필요로 하기에 국민들의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정책의 경우는 일관된 경제논리에 의해서 정책이 수립되어야지 정치논리에 의해 선거용으로 사용돼서는 안되고 무엇보다 정부재정능력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지 지나친 적자재정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형평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계층들이 누구는 혜택을 받고 누구는 못 받는다면 불공평한 것이다.

농어가 부채경감같은 경우가 특히 이에 해당한다. IMF경제위기의 여파로 도시빈민이나 도시자영업자들이 농민 못지않게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는데 유독 농가부채에 대해서만 그간 네차례에 걸친 빚탕감과 보증해소에 이어 또 다시 부채경감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한다는 것은 형평성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리고 빚을 지면 언젠가 국가가 해결해준다는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밀레니엄 대사면 같은 경우도 새 천년을 맞아 과거의 모든 잘못을 용서하고 우리 모두 새 출발을 하자는 의지는 좋다. 그러나 신용불량자를 다 사면하면 그동안 열심히 노력하여 혹은 또 다른 빚을 내어 은행 빚을 갚은 사람과의 형평의 문제가 있고, 사면권의 남발은 아무리 죄를 짓고 처벌을 받더라도 사면 몇 번만 받으면 조만간 풀려 나온다는 도덕적 해이를 야기하여 쉽게 범죄를 짓게 할 것이다. 몇 달 남지 않은 총선 때까지 정부는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할 정책들을 남발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나성린·

한양대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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