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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세기말풍경] 사라진 세밑 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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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세기말풍경] 사라진 세밑 온정

입력
1999.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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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세밑 온정이 사라졌다. 백화점과 유흥가, 스키장 등 휴양지는 연일 인파로 넘쳐나고, 기업들은 밀레니엄 이벤트 등에 돈을 펑펑 써대고 있지만 불우이웃을 찾는 따뜻한 손길은 찾기 힘들다.국내 유일의 법정 민간모금활동기구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1일부터 대대적인 불우이웃돕기 성금 캠페인에 나섰지만 10일 현재 총 모금액은 고작 5억7,000여만원.

모금회가 내년 1월말까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언론사와 금융기관, 기업체 등을 통해 모금할 목표액은 300억원. 경기호황을 반영, 지난해 164억원의 배에 가깝게 늘려 잡았지만 지금까지 중앙회에서 1억6,800만원, 지방 지회에서 4억800여만원이 모금됐을 뿐이다. 언론사와 금융창구등도 크게 썰렁해졌다.

모금회 관계자는 『올해 불우이웃돕기 성금의 상당부분을 기업체에 기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러나 새 밀레니엄 행사에 바쁜 탓인지 대다수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 등의 기업체 광고카피를 부끄럽게 만드는 대목이다.

전국 800여개 사회복지시설은 더욱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무의탁 노인 50명이 거주하는 서울 상계동 H양로원은 위문단을 구경한 지 오래다. 양로원 관계자는 『지난해 이맘때에는 초등학생들이 쌀을 모아 보내와 보름정도 났지만 올해는 발길이 뚝 끊겼다』며 『경제가 좋아진 게 사실이냐』고 반문했다.

보육원도 사정은 마찬가지. 서울 관악구 남현동 상록보육원 부청하(夫淸河·55)원장은 『예년 이맘때면 찾아오겠다는 전화라도 있었지만 올 겨울 들어서는 단 한건도 없다』며 『정부지원만으로 운영하는 보육원이 겨울을 어떻게 나야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모금액이 의외로 저조하자 최근 관련 부처에 ARS수수료 면제(정보통신부) 경제단체 참여독려(산업자원부) 사랑의 계좌개설(재정경제부)등을 요청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성과를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성금모금 '저조'-출장요리업체'특수'

미국 이민을 앞두고 있는 이모(43·경기 성남시 분당구)씨는 얼마전 집에서 친지와의 송별회를 준비하다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40여명의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출장요리사를 찾았으나 늘 찾던 단골요리사를 포함, 인근 출장요리 업체들의 예약이 이미 내년 초까지 꽉 차 있었다. 마침 예약이 부도난 출장 뷔페업체를 하루 전날에야 간신히 찾아 급하게 손님을 맞았다.

최근 경기가 풀리고 밀레니엄 분위기까지 겹쳐 출장요리사업이 호황을 맞고 있다. 이미 호텔등은 대기업 등에 의해 예약이 동났기 때문에 편하고 오붓하게 집에서 모임을 가지려는 사람들이 출장요리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출장 전문요리사인 김정자(金貞子·55)씨는 『올해는 새천년 분위기에 편승해 친한 사람끼리 집에서 치르는 20여명 규모의 소규모 망년회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출판업을 하는 임모(29)씨는 『지난 10월 결혼했지만 회사가 부도위기를 맞는 등 경제적 여유가 없어 집들이도 못했다』며 『9월 태어난 딸아이의 백일까지 겹쳐 미뤘던 집들이를 연말에 한꺼번에 치를 계획』이라고 전했다. 회사원 박모(32)씨도 『지난해 말 아버님 회갑도 제대로 차려드리지 못했다』며 『올해는 형제들끼리 경비를 모아 큰형집에서 「가족망년회」란 명목으로 아버님의 늦깎이 회갑연을 성의껏 치를 계획』이라고 전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후원모임과 대기업에 밀려 망년회 장소를 찾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출장요리업체를 찾는 것도 특수(特需)의 이유다.

부산의 D외식업체는 『지난해 망년회를 치르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올해는 출장요리업체를 불러 회사에서 모임을 갖는게 유행』이라며 『지난달 창원의 대규모 정당후원회에 음식을 제공하는등 총선을 앞두고 각 지역에서 이뤄지는 정당후원모임도 중요한 고객』이라고 덧붙였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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