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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히는 과학] 악어 눈물, 먹이 삼킬때 수분보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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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히는 과학] 악어 눈물, 먹이 삼킬때 수분보충

입력
1999.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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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봤어? 어떻게 그런 악어의 눈물을 흘릴 수가 있지?』 신문 방송을 도배하던 한 비리사건에 대한 대화의 한 토막이다. 왜 악어는 불쾌한 대화에 위선의 상징으로 등장하게 되었을까?눈물은 눈을 건조하지 않게 보호하고 박테리아나 유해한 화학물질을 막아준다. 눈물샘에서 나오는 눈물은 눈물관을 통해 코와 연결돼 입까지 간다. 그래서 눈물을 흘리면 콧물도 나오고 입안에 짠맛이 느껴진다.

악어는 먹이를 잡아먹을 때 눈물을 흘린다. 눈물이 입안에 수분을 보충, 먹이를 삼키기 좋게 해주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잡아먹히는 동물이 불쌍해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여 「악어의 눈물」이 「거짓 눈물」을 의미하게 됐다고 한다. 또 다른 유래도 있다. 악어는 일광욕을 즐길 때 입을 크게 쫙 벌리고 있는데 그렇게 턱뼈를 벌리면 눈물샘이 자극된다. 겉으로 보기엔 우는 것으로 보이지만. 악어의 눈물은 의학용어로도 쓰인다. 「악어 눈물 증후군(Crocodile Tears Syndrome)」은 대개 얼굴신경 마비의 후유증으로 나타난다. 이 환자들은 침샘과 눈물샘의 신경이 엉켜서 마치 악어가 먹이를 먹을 때처럼 침이 나올 때 눈물을 함께 흘린다. 심지어 음식 생각을 하기만 해도 눈물을 흘린다.

그런데 악어가 정말 슬퍼서 눈물흘릴 일이 생겼다. 수년 전 미국의 연구자들은 호수에 유입된 농약이 성숙한 악어의 음경을 작게 해 생식장애를 일으키는 것을 발견하였다. 처음에는 자연적인 돌연변이로 생각됐다. 그러나 그 지역 악어의 몸무게가 오염 안 된 지역의 악어보다 훨씬 적거나, 성장기 악어의 혈중 생식호르몬 농도가 정상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는 사실이 잇달아 확인되면서 환경오염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결국 이 사건은 「환경호르몬」의 대표적인 피해 사례로 꼽히게 됐다. 인간 대신 괜한 욕을 먹던 악어가 인간의 탐욕 때문에 미래를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이제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미운 사람이 나오면 그냥 사람이나 욕하자. 정말 슬퍼서 눈물을 흘리게 된 악어는 그만 괴롭히고.

/ 이영완·과학문화재단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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