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정보화사회로 정보능력에서 뒤처지면 「우물안 개구리」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정보화사회에서도 소외계층은 있게 마련이고 우리 장애인들이 대표적인 소외계층이 아닌가 싶다. 물론 시각장애인들에게도 나름대로 언론매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월간지나 격주간지, 혹은 주간지까지 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주간지 월간지는 대개 협소한 의미의 장애인 개념의 내용들로만 채워져 있을 뿐만 아니라 취재에 있어서도 기동력이 떨어져 신문이라기 보다는 구문(舊聞)이라고 불러야 옳다.그런데 국내 유력한 종합일간지 한국일보가 13일 발행한 점자신문「함께읽는 사회, 함께읽는 신문」을 받아들고 손끝으로 세상이 보이는 듯한 감동이 솟구쳤다. IMF체제 이후 신문산업도 전체 산업계와 마찬가지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들었다. 이같은 어려운 사정에도 점자신문을 발행한 한국일보측의 용단에 대해 장애인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감사의 뜻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미국 등에서 발행된 신문이나 잡지를 어렵게 구해보면서 부러움을 느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함께읽는 신문을 받아보고 우리도 복지선진국에 들어섰다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시작이 반이라 했지 않는가. 한국일보 점자신문이 체제와 내용면에서 더욱 발전해 장애인들의 영원한 동반자가 되기를 기원한다. 점자기사량도 좀 늘리고 도표와 화상을 촉각으로 감지하게 하는 기술도 보완되기를 기대한다.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복음과도 같은 함께읽는 신문이 장애인들에게 바깥세상을 충실히 전달하는 매체가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람들은 흔히 신문을 사회의 목탁이라고 한다. 목탁은 사람들이 하고 싶은 말을 널리 알려 소원을 풀게 하는 수단이라고 바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장애인들이 새로 마련된 이 목탁을 마음껏 두드려 원하는 일을 성취하고 세계로 안목을 넓힐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두고 장애인 복지의 햇불을 치켜든 한국일보사에 대해 장애인은 물론 모든 국민이 큰 애정을 쏟을 것으로 확신한다. 함께읽는 신문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조재훈·한빛맹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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