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사관에 젖은 조선을 폐쇄와 한(恨)의 시대라고 부른다면 개방과 진취성이 흘러넘치던 고려는 혼(魂)의 시대라 할 수 있겠다. 무신정변은 바로 그 역동성의 토대에서 일어난 것이며, 그 혁명은 우리 역사상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일대 격변의 분수령을 이루었다』소설가 정완기(61·사진)씨가 800년 전 고려 무인정권 시대를 다룬 장편소설 「붓과 칼」(뿌리 발행)을 펴냈다. 1157년 최충헌(崔忠獻·1149-1219)의 나이 8살 때 겪었던 피마식조(避馬式條). 피마식조는 양반 관리들의 노상(路上) 상견례다.
문반은 정4품까지지만 무반은 종3품까지 내려서 예를 하게 되어있었다. 문무의 차별이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작가는 이 사건부터 시작, 최충헌의 생애를 골격으로 고려 무인정권 80여년의 역사를 힘있고도 세밀한 문장으로 되살렸다.
작가가 무인정권을 보는 입장은 이렇다. 『최근 우리는 군사독재의 불행을 겪었다. 그것과 800년 전의 무인정권은 아무런 연관이 없는데도 그 양태가 너무나 닮은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
작가는 최충헌에 대한 평가가 「권력의 남용과 살벌을 자행했다」는 것과 「의리 염치 아량이 있는 영웅이다」 는 것으로 상반되게 나타나고 있지만 문무를 겸전한 지성으로 나약한 왕조를 업고 북방강국 글안, 몽고와 맞서 민족과 강토를 지킨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그러나 금세의 쿠데타 주역들과 최충헌은 똑같이 역사의 한 자락을 엮었지만 민족과 국가를 생각하는 데는 큰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고려 무인정권에 불꽃처럼 살아있었던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맥박, 그 역동성에 소설의 초점이 모아져있는 것이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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