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10일 오후 서울역에서 개최한「전국민중대회」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해 20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유혈사태가 빚어졌다.전국농민회총연맹과 민주노총, 한총련 등 50여개 노동·사회단체의 집회 참가자 2만여명은 이날 대회를 마치고 명동성당까지 1.9㎞의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가 나무몽둥이와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경찰 저지선돌파를 시도하면서 폭력시위가 벌어졌다.
한총련 소속 대학생과 농민 등 200여명은 오후4시45분께 서울역앞 연세빌딩 앞에서 여경 기동대를 강제로 밀어붙이고 질서유지선을 넘어 남대문 방향 도로로 진출했다. 시위대는 서울역과 신세계백화점, 명동 일대 도로에서 경찰에게 몽둥이와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돌과 소주병을 던지며 3시간여 동안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고 준비해 온 인분을 뿌리기도 했다.
시위가 과격화하자 경찰은 전경 91개 중대 1만여명을 동원, 휴대용 소화분말을 뿌리며 저지했으나 최루탄 사용은 자제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경찰청 제1기동대 소속 김태경(20)의경이 머리에 상처를 입어 중상을 입는 등 여경 6명을 포함한 경찰과 시위대 200여명이 부상을 입고 인근병원으로 후송됐다. 또 경찰 선무방송차량 1대가 크게 부서졌고 대학생과 농민 등 30여명이 현장에서 연행됐다.
시위대는 이날 저녁까지 시내곳곳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이다 오후8시께 명동성당에서 정리집회를 갖고 자진 해산했다. 경찰청은 쇠파이프와 몽둥이를 휘두른 과격시위자 전원을 색출·검거해 의법처리하겠다고 강경방침을 밝혔다.
시위로 서울역과 남대문, 명동, 종로, 퇴계로 일대 교통이 완전 마비되는 등 교통대란이 일어났다. 용산일대와 강남에서 강북으로 이어지는 한강·마포·한남·반포·동호·영동대교와 올림픽대로도 극심한 정체현상을 빚어 퇴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서울역 주변에는 낮12시부터 농민과 노동자들이 모여들기 시작, 오후1시 「99 전국농민대회」가 열린 데 이어 오후3시께 「제2차 민중대회」가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민중생존권 사수 정리해고 중단과 고용안정 보장 노동시간 단축 농가부채 해결 등 12개항을 정부측에 요구했다.
민주노총 단병호(段炳浩)위원장은 결의문에서 『국회입법 투쟁만으로는 우리의 요구사항을 관철할 수 없다』며 『앞으로 투쟁의 강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전면적인 대정부 장외투쟁 방침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집회에 이어 11일에도 서울과 부산 대구 등 전국 6개 지역에서 대규모 항의집회를 벌이기로 했다.
한편 한국노총(위원장 박인상·朴仁相)도 이날 오후2시 노총회관 대강당에서 대의원대회를 열고 17일 오후 4시간 동안 1차 시한부 경고파업에 이어 23일 2차 총파업과 전국 동시다발 규탄집회를 벌여 나가기로 결의 했다.
/배성규, 이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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