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경기회복에 힘입어 지난 3·4분기 우리나라의 명목 국민총소득(GNI)이 10.6% 증가, 지난 96년 2·4분기 이후 3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유가급등에 따른 교역조건악화로 대규모 무역손실이 발생하면서 실제 체감경기는 지표경기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주머니 사정이 두둑해졌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4분기 국민소득 추계결과」에 따르면 지난 3·4분기중 명목 GNI는 모두 119조4,395억원으로 지난해 3·4분기에 비해 10%이상 증가했다. 이는 97년3·4분기의 112조6,956억원에 비해서도 6.0% 늘어난 수치다.
국민소득과 같은 개념의 명목 GNI는 수출 등 각종 생산활동을 통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벌어들인 화폐소득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명목 GNI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주머니 사정이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명목 GNI는 98년2·4분기 이후 줄곧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오다 2·4분기들어 5.5% 증가로 돌아섰다.
산업별로는 건설업(마이너스 5.9%)이 감소했으나 제조업(19.2%), 운수창고 통신업(14.0%), 농림어업(12.4%),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11.5%) 등 대부분 사업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저축할 여유가 생겼다 소득수준이 늘어나면서 저축률도 높아지고 있다. 3·4분기중 총저축률은 32.0%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포인트 늘면서 97년 3·4분기 수준(31.9%)을 넘어섰다. 계절적인 요인을 감안해 산출한 수치도 전분기대비 0.8% 증가(33.3%)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률이 이처럼 높아진 것은 금년들어 처음으로 씀씀이보다 벌어들인 돈이 많았기 때문. 3·4분기 소비지출수준은 81조6,17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1% 증가한데 비해 국민소득(국민총처분가능소득)은 119조9,69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5%나 늘었다.
새는 바가지 국민들이 실제 느끼는 생활수준인 실질GN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평균 마이너스 7.9% 성장을 보이던 실질GNI는 올들어 증가세로 반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증가세를 마냥 반길 일이 아니다. 12.3%에 이르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비교하면 2.9%포인트나 차이난다.
실제 생산해서 벌어들인 돈이 국민들의 주머니로 고스란히 들어오지 못했다는 의미다. 체감경기와 지표경기가 차이나는 것도 이때문이다. 한국은행 정정호(鄭政鎬)경제통계국장은 『교역조건이 나빠져 경기회복의 과실이 상당부분 해외로 빠져나간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실질GDP는 110조6,003원에 이르지만 실질GNI는 100조7,262억원으로 9조8,741억원이 빈다. 수출단가가 5.7%나 떨어진 반면 수입단가는 유가급등으로 1.2% 오르면서 9조1,950억원의 무역손실이 난 것이 주된 원인이다. 한은은 국부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품질향상과 기술개발로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용어해설 실질 국민총소득(GNI)
한 나라가 일정기간 벌어들인 돈(국내총생산·GDP)중에서 환율이나 수출입단가가 바뀌면서 생긴 무역손실이나 외국인들이 국내 투자로 벌어간 배당금 등을 빼고 산출한 금액. 한 나라 국민이 벌어들인 돈으로 실제 살수 있는 구매력이 어느 수준인지를 나타낸다. 생산량 증가로 GDP규모가 늘어나도 교역조건이 나쁘면 실제 구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소득수준의 변화를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 지난 93년 UN, IMF, OECD 등 국제기구가 중심이 돼 새로 개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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