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종합학교의 명칭을 국립예술대학으로 바꾸고 그안에 석사, 박사 과정을 개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의원입법에 관해서 찬반 양론이 분분하다. 쟁점은 두 가지인 것 같다. 학교 명칭과 학위수여관계이다.한국예술종합학교가 국가기관인 문화관광부에 의해 이미 설립·운영되고 있는 국립기관인 마당에 명칭을 가지고 타대학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타당치않다. 종전에는 법으로 학교 이름 앞에 국립이라는 명칭을 붙이는 것이 금지되었으나 이제는 법이 바뀌어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다른 대학과 중복되는 교육투자라는 말도 있으나 이는 옳지않다. KAIST가 있어 다른 대학과 좋은 경쟁관계에서 과학기술을 발전시켜왔다. 국립 한국체육대학이 있어 한국의 체육분야의 견인차노릇을 하며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위상을 높여왔다. KAIST, 한국체육대학이 있어 다른 대학이 망한 적은 없다. 오히려 더 건설적인 경쟁관계에서 발전해왔다.
국립예술대학의 필요성은 오는 21세기가 문화의 세기가 되리라는 전망에서 더욱더 절실하다. 적당히 가르치고 비싼 레슨비와 끊이지 않는 입시부정 등 전근대적인 예술계의 고질병은 이제 도태되어야 마땅하다. 또 러시아가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와 같은 세계적 예술가를 국가가 계획하고 책임지고 생산해온 것처럼 우리도 이제는 그러한 예술학교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술학교내 학위과정 설치를 가지고도 반대의견이 있다고 한다. 이제 세계 모든 교육기관들은 상호 국제호환성을 가진 학위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다. 자기에게 없다고 남이 갖추려는 것을 못하게 하는 것은 우리 예술계의 앞날을 위해 지극히 이기적이고 소아적인 태도이다.
예술은 돈에 굴복한 적이 없지만 경제적 지원 없이 성장하지 못한다. 많은 학교들이 바로 이 문제 때문에 강도 높은 예술교육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부정도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가. 예술은 정상만이 역사에 남는다. 사회는 정상의 예술을 필요로 한다.
정부는 재주있는 우리나라의 젊은 예술가들이 세계무대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립 예술대학의 설치를 과감하게 추진하여야할 것이다.
/황병덕·성악가·연세대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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