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영구」. 『색시야! 색시야!』 를 외치며 수많은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71년 KBS 드라마 「여로」의 주인공 장욱제(58). 그가 23년 만에 방송에 모습을 드러냈다. 많은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남긴 채 77년 드라마 「타국」을 끝으로 브라운관을 떠났던 그가 8일 KBS 2TV 「행복채널」에 나와 근황을 이야기했다.방송 전 약간 긴장한 듯한 장욱제는 『앞으로 좋은 작품이 주어지면 드라마에 출연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TV 수상기가 많지 않던 70년대 초중반은 장욱제의 시대였다. 「여로」가 방송되는 시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TV가 있는 집으로 몰려들었다. 가히 90년대「모래시계」 못지 않은 열기였다. 인기 절정에서 그는 아무말 없이 브라운관에서 사라졌다. 『산 정상에 오르니 더 오를 곳이 없어 허탈했다. 「여로」 이후 시청자들은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그때 연기자로서 이룰 것을 다 이뤘다는 생각에 다른 분야로 진출하고 싶었다』 방송 중단 이유에 대한 답이다.
이후 제주도로 내려가 호텔 지배인에서부터 시작, 사장을 거쳐 최근 은퇴하고 주방가구 등을 수출입하는 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숱하게 방송사에서 출연을 요구했지만 「영구」라는 이미지가 각인돼 출연을 기피해 왔다고 한다.
그는 천성이 연기자였다. 방송을 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용모와 체력 관리에 철저했다. 23년 만에 본 장욱제의 얼굴과 목소리는 58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기가 넘쳤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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