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협상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여당은 중선거구제란 큰 덩어리를 「양보」한만큼 권역별 비례대표제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1인2표제는 또 몰라도 비례대표는 반드시 전국단위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여권은 『권역별이 되지 않으면 지역감정 해소라는 비례대표제의 의미 자체가 없어진다』고 말한다. 이에대해 야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호남과 대전·충남지역에선 공동여당이 싹쓸이를 하고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지역에선 한나라당 의석을 뺏어가겠다는 정략적 의도』라고 반박한다.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팽팽해 현재로선 접점찾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급할 게 없다는 태도다. 이회창 총재 부터 『선거법 협상에서 우리가 굳이 양보해 빨리 타협할 필요가 없다』며『정기국회 회기내(12월18일)에 협상을 끝내도록 노력하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임시국회를 소집해서라도 국민들에게 평가받을만한 본질적인 정치개혁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협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놓은 상태다.
한나라당이 협상속도를 조절하려는 이면에는 몇가지 정치적 고려가 있는 것 같다. 우선, 협상을 일찍 끝내줘 봐야 1월 중·하순을 팡파레 날로 잡고 있는 여권 신당창당에 꽃길을 만들어 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 하다. 심지어 여권은 「정형근 방탄국회」 소집을 위한 의도적 지연 아니냐고 의심한다.
공동여당내 이견도 협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민회의는 정당명부제의 효용성 확보를 위해선 자연소멸하는 지역구 의석을 비례대표제로 돌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반면, 자민련은 현역의원들의 반발 등을 감안, 지역구 축소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볼이 부어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협상이 임시국회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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