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사업자로부터 물건을 사거나 각종 서비스를 구매할 때는 항상 거래 규범을 담은 약관이 있다. 약관(約款)이란 쉽게 말해 계약서다. 신용카드에 가입할 때 신청서에 깨알같은 글씨로 적혀있는 조항들, 아파트 분양계약서에 인쇄된 내용들이 모두 약관에 해당한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올 때 받는 카드 뒤에도, 비행기표 기차표 뒷면에도 약관이 있다.표준약관이란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업자들에게 사용을 권고하는 약관으로 「사업자들이 최소한 지켜야하는 거래 규범」을 담고 있다. 표준약관은 소비자들이 불공정한 약관을 사용하는 사업자로부터 억울한 피해를 당했을 때 따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되며, 나아가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할 때 판결의 준거가 된다. 공정위가 최근 제정 또는 개정한 아파트, 상품권, 전자상거래, 영화관람 등에 대한 표준약관을 살펴보자.
■ 전자상거래때 20일내 반품 가능
공정위는 최근 전자상거래로 인한 피해가 급증함에 따라 지난달 「전자상거래 표준약관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 핵심 약관조항들을 마련했다. 이 표준약관은 내년부터 시행된다.
우선 고객이 컴퓨터 조작실수로 예기치 않은 계약을 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사이버몰」업자는 반드시 고객에게 「주문을 받았다」는 「수신확인 통지」를 해야하고, 고객은 통지를 받은 후 3일이내에 주문을 변경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 또 물건 배송은 대금입금후 1주일이내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물건을 인도받았더라도 상품이 주문 내용과 다를 경우 상품 광고에 표시해야 할 사항을 누락하거나 상품의 실제 내용이 광고와 다를 경우 상품이 파손됐을 경우 배달이 광고에 표시된 기간보다 현저히 늦어진 경우 등에 대해서는 20일 이내에 환급이나 반품·교환 등을 요구할 수 있다.
만약 계좌이체, 신용카드 등으로 결제하는 과정에서 고객 자신의 정보가 외부로 누출돼 피해를 입었다면 사이버몰 업자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또 고객은 업자에 대해 자신의 개인정보를 열람, 수정하거나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 아파트 공사 지연때 중도금납부 늦출 수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아파트 표준약관중 일부를 개정했다. 아파트 건설공사가 지연될 경우 입주 예정자들은 공사가 정상화할 때까지 중도금 납부를 늦출 수 있다. 지금까지는 공사일정이 늦어져도 중도금 납부일정은 그대로 유지돼 늦게 납부할 경우 지연이자를 물어야 했다.
또 입주 예정자들이 계약을 해지할 때 위약금으로 10%만 물면 되고, 그동안 납부한 중도금 등에 대해서도 이자를 쳐서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중도금을 한번 이상 납부한 입주 예정자가 계약을 해지할 때는 반드시 건설업체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계약후에 분양권 값이 떨어지더라도 함부로 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다.
■ 상품권 60%이상 쓰면 잔액 반환된다
지난달부터 1만원짜리가 넘는 상품권의 경우 표시금액의 60% 이상을 사용했다면 상품권 발행업체로부터 나머지 잔액을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단 상품권 액면가가 1만원 이하일 때는 80% 이상을 사용해야 잔액 반환이 가능하다. 또 미리 상품권 뒷면에 사용이 제한된다고 표기된 특정 매장이나 특정 물품을 제외하고는 발행업체의 모든 매장, 모든 상품에 대해 이용할 수 있다. 또 사용기간(1년)이내면 가격할인기간을 포함,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
■ 자동차 구입계약뒤 운송 사고는 판매회사 책임
자동차 판매에 대한 표준약관은 아직 없으나 공정위는 지난달 자동차 판매사의 불공정한 개별약관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렸다. 「부분적 표준약관」이 마련된 셈이다. 우선 자동차 구매계약을 마친뒤 자동차를 인도받는 과정에서 사고가 났다면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판매회사가 져야 한다. 고객들이 판매회사와 배달장소 및 배달료를 직접 협의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운송에 대해서는 판매회사가 운송업체에 위임을 하기 때문에 사고발생시 책임소재가 애매했다. 또 판매회사가 파업을 제외하고는 노사분규중이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계약한 자동차의 배달을 미룰 수 없다.
■ 영화관람시 시작 20분전까지 환불가능
영화관람에 관한 표준약관이 최근 만들어졌다. 영화 상영시작 20분전까지 환매를 요청했을 때는 입장권 요금의 전액을 환불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시작전 20분부터 시작때까지 요청했을 때는 입장권 요금의 50%만 받을 수 있다.
관객들이 지정일이나 지정회의 변경을 희망할 때는 영화 상영시작 20분전까지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변경절차를 밟으면 원하는 날짜와 시간대로 바꿀 수 있다. 또 전화나 PC통신으로 영화관람을 예약한 경우 시작전 20분전까지는 입장권을 구입하지 않으면 그 예약이 무효가 된다.
이와함께 영화상영이 극장측의 실수로 30분이상 늦게 시작할 경우 입장권 요금을, 1시간 이상 늦어질 경우 입장권 요금의 2배를 환불받을 수 있다. 또 영화가 중간에 5분이상 또는 3회이상 중단되면 입장권 요금을, 30분이상 또는 5회이상 중단되면 입장권 요금의 2배를 보상받을 수 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약관피해 구제받으려면
업체의 약관이 불공정해 피해를 입게된 소비자는 표준약관의 해당 조항을 들어 항의하면 대부분 문제가 쉽게 해결된다. 업자들도 소비자가 공정위나 법원에 문제를 제기하면 이득이 될 게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보상을 해주지 않으면 해당 업체의 약관에 대한 심사청구를 공정위에 제기하면 된다. 피해 내용과 계약서 사본, 업체의 약관이 표준약관과 다른 점 등을 적어 공정위에 심사청구서를 내면 공정위는 심사를 한후 업체에 시정조치를 내리게 된다. 그러나 공정위가 업체에 피해보상을 강제로 명령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시정조치후에도 업체가 보상하지 않는다면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 이때 표준약관은 판결의 준거가 된다.
한편 표준약관이 아직 제정되지 않은 업종의 경우에는 해당 업체 약관의 불공정 여부를 가려달라는 심사청구를 공정위에 제기해야 한다. 이 경우 공정위는 늦어도 60일 이내에 결과를 통보해야 하는데 만일 불공정 판정을 내렸다면 공정위는 해당 업체에 시정조치를 내리게 된다. 심사청구 및 자세한 문의사항은 공정위 약관심사과로 하면 된다. (02)503_9012
/유병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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