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자신도 믿기 어려웠습니다』 한달 전 자신이 개발한 에이즈백신의 뛰어난 효능을 확인한 성영철(포항공대 생명과학과)교수는 독일 영장류동물센터에 전화를 거듭했다. 실험용 원숭이가 유전적으로 특이한 것은 아닌가, 자연 면역효과가 생긴 사례가 없었나 하는 의문이었다. 10년간 에이즈백신실험을 수행한 독일 연구소측은 『그런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답변했다.『사람과 면역작용이 흡사한 마카큐원숭이를 쓰고, 가장 강력한 원숭이에이즈바이러스(SIV239)를 감염량의 10배를 투입하는 등 엄격한 조건을 유지했습니다. 여기서 바이러스 차단효과를 냈기 때문에 이 백신이 치료효과도 있으리라는 점 또한 중요한 사실입니다』
사람에 대한 임상시험은 사람 바이러스로 DNA백신을 재조작해야 한다. 성교수는 『원숭이와 사람의 에이즈바이러스는 구조가 같아 일주일이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성교수가 에이즈 백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88년 미국 미네소타대학 박사학위를 마치면서부터. 『에이즈바이러스는 끊임없는 전술을 바꿔가며 인간의 면역체계와 전쟁을 벌인다. 영악해서 면역체계를 교란시키기도 하고 치료가 효과적이어서 중단하면 곧 잠복했던 바이러스가 활개를 친다』 이렇게 게릴라전을 펼치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성교수의 도전의식을 자극했다.
결과적으로 성교수는 다른 연구팀의 실패사례를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백신개발의 장을 연 셈이다. 이번 실험에도 3가지 백신을 썼는데 오히려 가능성을 높게 둔 다른 두가지의 실패원인을 분석하는데 관심이 쏠려있다. 『이를 통해 면역학의 새 개념을 창출한다면 에이즈보다 더 강한 무엇이라도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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