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로 예정된 대만의 총통 선거가 이번에도 「대륙풍(大陸風)」, 즉 「대만판 북풍(北風)」으로 혼돈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몰아닥친 「북풍」은 중국이 대만 해협에 미사일을 쏘아대며 사실상 선거에 개입했던 96년때와는 달리 특정 후보에게 선거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이다.대만 언론들은 최근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쑹추위(宋楚瑜·57) 전 대만성장이 중국으로부터 거액의 정치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일제히 보도하기 시작했다. 宋후보는 2일 지룽(基隆)시에서 열린 유세에서 『내가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1000억 대만달러(약 3조3,000억원)를 선거자금으로 받았다는 악성 루머가 난무하고 있다』며 『이는 집권당이 조작한 것』이라고 발끈했다. 그는 구체적 루머의 출처로 집권 국민당의 롄잔(連戰·62) 부총통의 러닝메이트인 샤오완장(蕭万長) 행정원장을 지목하면서 해명을 요구했다.
아직 북풍의 진원지는 밝혀지지않았으나 3가지 가능성을 대만언론들은 추론하고 있다. 우선 국민당이 이번에도 안보 불안 심리를 조성, 선거를 이끌겠다는 전통적인 「북풍 전략」을 구사했을 수 있다. 실제 連후보는 얼마전까지 인기도에서 민진당 후보인 천수이볜(陳水扁·48) 전 타이베이 시장에도 뒤진 3위였다. 그러나 리덩후이(李登煇) 총통이 『중국과 대만은 특수한 국가와 국가의 관계』라는 이른바 양국론(兩國論)을 제기, 중국이 『무력 공격 불사』를 운운하며 되받아치자 2위로 도약했다.
또 실제로 중국이 개입했다는 설도 있다. 宋후보는 중국 후난(湖南)성 출신의 외성인(外省人)인데다 다른 후보와 비교할때 상당히 온건한 중국관을 갖고 있다. 宋후보는 전통적인 대만의 통일론인 「1국2체제」를 지지하면서도 평화적·점진적 화합을 강조하고 있다. 때문에 안정적인 양안(兩岸)관계를 원하는 중국에서 볼때 宋후보는 아무래도 호감이 가는 인물이다. 96년 총통선거에서도 중국은 겉으로는 李총통의 「대륙풍」에 속아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대만 정국을 뒤흔들어보자는 계산된 행동이었다는게 일반적인 견해다.
宋후보의 자작설도 거론된다. 국민당이 「북풍」을 일으킬 것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역(逆)북풍」을 일으켰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連후보측은 『宋후보가 과민반응해 자승자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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