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프랑스 전체는 「텔레통」(Telethon)이라는 텔레비전 특별 생방송으로 떠들썩해진다. 텔레통은 텔레비전(Television)과 마라톤(Marathon)의 프랑스식 합성어. 결국 「텔레비전으로 펼치는 인간 마라톤」이라 할 수 있는 이 축제는 신체 및 정서 장애 아동을 위한 모금운동을 위한 것이다. 전국에서 500만명의 자원봉사자가 참가하고 2만여개의 각종 행사가 펼쳐진다.공영방송인 프랑스2 텔레비전이 연인원 7만여명을 동원해 준비하는 대행사로 중계 방송 스탭만 650명에 달한다. 1년 내내 이 행사를 준비하는 담당 프로듀서와 별도의 팀까지 있을 정도다.
13회를 맞은 올해의 행사는 금요일인 3일 저녁 9시에 시작돼 일요일인 5일 새벽 5시까지 32시간동안 계속됐다. 「연대와 희망」이라는 주제 아래 프랑스 남부 몽펠리에 지방에서 막을 올린 이번 행사는 국민축제의 분위기를 띠고 전국으로 이어졌다.
「위대한 실험」이라고 명명된 팀은 희귀질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 환자의 가족 등 관계자 100명을 이끌고 몽펠리에에서 65km 떨어진 아비뇽까지 행진하며 고귀한 생명에 대한 연대감을 표시했다. 또 룩셈부르 를 출발한 「텔레통 기차」를 탄 의대생들은 기차가 밤새 종착역인 이탈리아의 투린까지 달리는 동안 장애 및 질병퇴치에 관한 토론을 벌이고 기차안의 사람과 열띤 대화를 나눴다.
중증 장애아동도 휠체어를 타고 나와 마을에서 벌어지는 축제에 참가하며 즐거워했다. 남부의 몽펠리에 지방 사람과 프랑스 북쪽 끝의 아라 지방 사람이 물에 특산물을 던져넣는 경기를 펼치는가 하면 전기수리공들은 전봇대에 누가 빨리 올라가는지 시합을 하며 장애아동을 격려했다.
보르도 지방에서는 포도주통 굴리기 경연대회가 열리는 등 프랑스 전국이 요란한 축제 한마당으로 이틀밤을 지샜다. 축제기간동안 전화와 인터넷, 프랑스 고유의 전산망 미니텔(Minitel)을 통해 쏟아지는 성금은 4억프랑(800억원)이 넘었다. 장애아들을 위한 프랑스 국민들의 애정이 연말을 맞아 전국적으로 꽃피는 이 행사는 바로 나누며 사는 삶, 그 자체였다.
이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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