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첫해 예산안 심의를 위한 국회 예결위가 특정지역 예산을 둘러싼 여야 정치공방에 발목이 잡힌채 표류하고 있다.법정시한인 2일에도 내내 여야의 신경전으로 정회소동을 겪은 예결위는 저녁에도 느긋한 만찬을 즐긴 의원들의 늑장출석으로 당초 속개시각인 오후 9시를 훨씬 넘긴 밤 10시20분께야 시작됐다. 그러나 장영철(張永喆)위원장의 독려에도 불구, 회의는 불과 10여분만에 다시 암초에 부딪쳤다. 광주지역 개발예산삭감을 요구한 한나라당 이강두(李康斗)의원과 광주출신 국민회의 임복진(林福鎭), 박광태(朴光泰)의원이 주먹다짐 직전까지 가는 바람에 산회한 것.
3일 한나라당은 곧바로 국민회의 두의원의 공식사과와 예결위원 교체를 요구하며 예결위 불참을 선언, 결국 이날 회의는 열지도 못한 채 끝났다. 새해 예산안의 무성의 처리가 불보 듯 뻔한 상황이다.
물론 전주신공항 문제에 이어 3차례나 호남지역 예산을 깎자고 주장한 한나라당 이의원의 질의에 오해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 「지역감정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동료의원을 회의장 밖으로 불러내 협박이나 다름없는 폭언을 가하고 끝까지 사과를 거부해 회의를 파행으로 몰고 간 국민회의 박의원 등의 처사는 「나라살림」에 대한 책임감을 망각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더구나 자신들의 행위가 도리어 지역감정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모를리 없다는 점에서 「공천용 충성경쟁」이라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에게 맡겨진 책무가 뭔지도 모른채 늘상 정치싸움에만 익숙해 있는 이들에게 유권자들의 엄중한 심판을 기대해볼 뿐이다.
/박천호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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