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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거리, 인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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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거리, 인사동

입력
1999.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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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대표적 전통문화 거리인 인사동이 위기에 처했다. 인사동은 좁은 골목길과 한옥사이로 옛 정취가 그윽한 800여개의 목공예점 고서점 화방 골동품점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생동하는 문화공간이다. 그러나 우리의 자랑거리인 이 곳이 재건축과 상업화 바람에 협공당하고 있다.◆개발 실태

안국동 로터리에서 인사동길을 따라 150여㎙를 내려가면 수도약국이 나온다. 이 곳에 조금 못미쳐 왼편으로 동서표구사를 시작으로 목공예점, 도자기점 등 12개의 작은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인사동의 중심가에 해당하는 이곳에 80년대부터 둥지를 튼 12가게들은 내년 3월말이면 문을 닫아야 한다. 건물주가 이 곳 440여평을 모건설회사에 팔았기 때문이다. 건설회사는 『인사동의 분위기에 맞게 개발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상인들은 『대형 건물이 들어서면 인사동의 분위기가 망가지고, 임대료와 분양가 상승으로 기존 가게들은 퇴출당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길 건너 맞은편 300평 대지에는 지상 7층짜리 인사아트센터 건물의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골조공사를 마친 이 곳은 전시장과 공연장, 일반 음식점등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다시 수도약국을 조금 지나 옛 동방별곡 자리의 181평 대지에도 6층 건물이 세워질 예정이다. 건축주는 근린생활 시설과 전시장 용도로 지난달 건축허가신청을 종로구청에 냈다. 이곳에서부터 길건너 맞은 편에는 이미 4층짜리 현대식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문제점

낮은 한옥들 사이로 현대식 고층건물이 속속 들어서면서 가장 한국적이라는 인사동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 또 신축건물은 그 자리에 있던 기존의 작은 가게를 몰아내는 것은 물론, 임대료와 분양가 상승을 부추겨 「벌이」가 신통치 않은 다른 전통 문화상점마저 내쫓는 악순환을 부르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현대식 고층건물 대부분이 근린 생활시설로 지어지고 있는 점. 근린 생활시설에는 건축법상 카페와 노래방 음식점 술집등이 아무런 제한없이 입주할 수 있다. 이미 인사동에는 표구사등 3곳의 가게가 헐리고, 그 자리에 인터넷 카페가 생겼고, 맥도널드 햄버거 가게까지 입점해 상업화 물결이 밀려들고 있다.

◆대책

서울시는 인사동을 내년 상반기까지 역사문화탐방로로 만들 계획이지만 당장 재건축 붐을 막을 뾰족한 수가 없다. 건축법상 하자가 없기 때문이다. 인사동지역은 89년 도시설계예정지구로 지정돼 도로변은 4층16㎙, 안쪽의 한옥지대는 2층 8㎙이내로 건물을 짓도록 행정지도가 이뤄지지만 이를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달 인사동을 도시설계지구로 확정, 고층건물 신축을 막도록 했으나, 지정권자인 관할 종로구청은 주민들의 민원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 종로구는 시가 먼저 건물주들에게 지방세 면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지원책을 강구한 뒤 지구지정에 대한 주민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시연대 최정한(崔廷漢)사무총장은 『12가게가 헐리면 인사동의 얼굴이 사라지는 꼴』이라며 『당장 한시적으로라도 건축허가제한을 실시, 재건축바람을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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