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에게 다시 겨울이 왔다. 경제가 많이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거리를 헤매는 이들은 오히려 늘고 있다. IMF 경제난의 상징처럼 등장한 노숙자들은 「노숙자 쉼터」에 입소해 있는 이들을 포함하여 지금 전국적으로 5,5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지난해 12월에 비해 1,000명 쯤이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무허가 여인숙(일명 쪽방)에서 머물며 막노동을 하는 「잠재적 노숙자」가 3,500여명인데, 이들 중 상당수도 겨울철 일감이 끊기면 거리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노숙자에게 특히 우려되는 것은 동사(凍死)위험이다. 최근 서울 영등포역에서는 30대 후반의 남자가 얼어 죽었고, 따뜻한 잠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다가 노숙자 한 명이 쇠파이프에 머리를 맞아 숨지기도 했다.
서울시는 노숙자의 동사방지를 위해 심야 밀착상담을 통해 106개 노동자 쉼터에 입소하라고 권유하고 있지만, 300명 정도는 입소생활의 제약이 싫어 다시 거리로 나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노숙자 쉼터를 운영하며 이들의 귀가와 자활을 독려해오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쉼터별 퇴소자 중 40% 정도만 귀가하거나 취업한 것으로 집계돼 기대했던 성과에는 못미치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노숙자 중 상당수가 장기 노숙생활로 건강과 함께 자활의지를 잃은 채 도시부랑자로 전락해 가는 점이다.
지금은 노숙자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많이 줄었고, 이들에 대한 당국의 대책도 축소되었다. 지난해는 노숙자 500여명을 공공 근로사업이나 사회복지시설 유료봉사원으로 취업시켰으나, 올해는 주로 쉼터에서 숙식을 제공하며 자활을 독려하는 쪽으로 소극화했다.
IMF 체제와 함께 노숙자 문제도 3년째를 맞게 됐다. 이제는 노숙자가 일시적 존재가 아니라 서유럽형처럼 자발적·구조적으로 증가하는 문제에 대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노숙자를 「실직자형」과 「부랑자형」으로 양분하는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그들의 유형을 보다 세분화하고 그에 맞는 대책의 수립을 주장하고 있다.
노숙자를 귀가와 가족지원 대상자, 독립생활지원 대상자, 치료보호 대상자, 요양·시설보호 대상자로 나누어 차별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숙자 대책에서는 늘 인권을 생각해야 한다. 경제난에 따른 사회의 구조적 희생자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그들에게 접근하고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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